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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pr 07. 2023

올봄 마지막 벚꽃 구경

지금은 돌아오지 않을 2023년 봄을 만끽할 시간

날씨가 들쑥날쑥이다. 봄날씨가 변덕스럽다고는 하지만 올봄은 유독 변덕스러운 것 같다. 이번 주 시작할 때만 해도 낮기온이 22도를 넘어 반팔 티셔츠 입고 나온 사람들도 봤는데 이틀 동안 꽤 많은 비가 내리면서 기온도 크게 내려갔다. 건조한 날씨에 곳곳에서 산불이 나고, 영농기가 시작되는데 농업용수마저 부족한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어 농민들 마음은 타들어가던 와중에 대지를 적시는 비는 말 그대로 단비였다.  


며칠 동안 좋지 않던 대기질도 깨끗해지고, 날씨가 화창하길래 자전거 산책을 나가보니 많은 비와 함께 막 피기 시작한 벚꽃이 후두두 거의 다 떨어지고 말았다. 벚꽃이 만발한 봄정취를 미처 느끼기도 전에 다른 계절로 넘어간 듯한 느낌이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23년 벚꽃 시즌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 듯하다. 


개나리, 진달래가 제일 먼저 봄을 알리고, 다음엔 목련과 벚꽃이 피는 것이 봄꽃의 개화순서였던 것 같은데 올봄은 개나리와 진달래가 미쳐 피기도 전에 목련과 벚꽃이 피어나더니 이제 막 진달래와 철쭉류가 피고 있다. 뭔가 혼돈에 빠진 듯한 봄의 전경이다. 집에서 키우는 무스카리와 히아신스도 변덕스러운 날씨에 혼란스러운지 잎이 나왔다가 다시 숨더니 꽃 피울 생각은 영 없어 보인다. 


이제 4월 초라 아직 봄을 만끽할 시간은 좀 더 남은 것 같은데 자연의 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조금 걱정스럽다. 파랗게 돋아나는 새싹과 차례대로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실감하고 만끽하는데 올봄은 어쩐지 어수선하기만 하다. 무언가 소중한 것이 내 곁에 다가왔을 때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빼앗긴 기분이랄까. 


예전에 비해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느낌을 받고 있지만,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오히려 봄은 조금 길어졌다고 한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이 짧아지면서 그만큼 봄과 여름이 길어졌는데 사람들은 겨울과 여름 사이에 끼어있는 봄이 짧아진 인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기분과 객관적인 현상의 괴리가 발생했다고나 할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실제로는 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하니 봄이 끝나버렸다고 한탄하지 말고 봄나들이 나설 충분한 여유가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 여차하면 미세먼지로 외출이 여의치 않아 지는데 화창한 날씨 예보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봄을 만끽하러 나가보면 좋겠다. 2023년 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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