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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pr 14. 2023

꿈꾸는 여인은 아름답다

19세기, 어느 여인의 초상

이탈리아의 화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는 멋지게 차려입은 사교계 멋쟁이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우아한 여성들 중 특히 눈길을 끄는 여성이 있다. <꿈. 1896>의 여인은 방금 전까지 읽던 책을 내려놓고 턱을 괴고 정면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강인하고 고집이 있어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소녀, 사랑에 빠진 여인의 모습을 묘사한 낭만적인 그녀들이 아니라 삶에 대해 고민과 사색을 하는 여인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여인과 강아지. 1895

19세기가 끝나갈 무렵의 이탈리아 사교계 여성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언젠가 근사한 연인과의 열렬한 사랑을 꿈꾸었을 법한 화려한 옷차림의 여성들의 모습과는 달리 비교적 소박한 차림이지만 독립적이고 자존심이 세 보이는 그녀는 어쩌면 20세기에는 순종적인 여인의 삶을 버리고, 자신이 주인공이 될 인생을 소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백 년도 훨씬 전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생생하고 현대적인 얼굴이다.

오후의 테라스. 1900

그녀와 눈 맞춤을 하고 있노라면 새로운 세상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여인의 호기심과 열정이 느껴진다. 내려놓은 책의 몇 구절쯤은 술술 읊조릴 수 있을 만큼 총명하고, 사람들의 편견에 맞설 만큼 담대하고 용감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시대를 앞서가서 고난의 삶을 살았던 건 아닐까? 어쩌다가 그림의 주인공으로 남게 되었을까? 한 의 그림으로 남은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연민과 그리움이 생긴다.

꿈.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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