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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pr 20. 2023

만나면 좋은 친구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서 좋은 B와의 우정

며칠 전 알고 지내는 B를 오랜만에 만났다. B는 유복한 집안의 막내딸로 태어나서 무난하게 살아오다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을 했다. B의 남편도 상당한 재력가의 자제였는데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시댁의 사업이 도산하고, 그 과정에서 시아버지까지 돌아가시는 불행이 닥쳤다. 가사도우미를 두고 윤택한 삶을 살던 새댁이었던 B는 한순간에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었던 것이다.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B를 아끼고 사랑해 주던 남편이 암 선고를 받았고 몇 년간의 투병 끝에 32살의 젊은 나이에 어린 두 자녀만 남기고 결국 세상을 떠났다. 그나마 남아 있던 재산은 남편 병원비로 써버려서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그녀의 리얼 월드가 시작된 것이다. 어린 자녀들을 홀로 돌봐야 할 가장이 되었지만 30대 초반까지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는 B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세상물정에 어둡던 젊은 엄마는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편의점 알바, 학습지 교사를 거쳐 보험 설계사를 시작하면서 안정을 찾았고, 40대 후반이 된 지금은 여유 있는 중년의 삶을 누리고 있다. 고생 없이 살아와서인지 30대부터 시작된 인생의 격랑이 훨씬 크게 출렁였을 것이었을 텐데 그녀는 운명을 원망하기보다 처한 상황을 냉정히 파악하고 길을 찾는 현명함을 발휘했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되었을 때 드라마에서나 보던 비운의 주인공을 현실에서 만난 것 같았다.   


불쌍하다, 안쓰럽다는 주변의 동정을 뒤로하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당당하게 살아온 B는 인생 2막을 앞에 두고도 걱정보다는 기대로 가득하다니 부럽기만 하다. 이제는 오히려 나를 걱정해 주는 진짜 어른이 된 B를 보면서 고난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음을  새삼 깨닫고 있다. 


불행 앞에서 좌절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도 있지만,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찾고, 길을 찾는 계기로 활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B를 보면서 느낀다.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조금은 무기력하고 침체되어 있었는데 그녀가 인생을 능동적으로 헤쳐가는 모습을 보면서 강한 울림을 받았었다.

 

아주 오래된 친구도 아니고, 막역한 사이도 아니지만, 내가 힘들고 처져있을 때 그녀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 고마운 사람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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