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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Nov 28. 2022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THIS IS THE CITY LIFE!

1993년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라는 영화가 있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를 만든 유하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유하 감독은 N.EX.T <HOME> 앨범을 소개하며 신해철을 한국 누벨바그 뮤직의 기수, 용기 있는 뮤지션이라고 평가했다.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년째다. 신해철이 떠났어도 그의 음악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여전히 머물고 있다.

바람 부는 날에 왜 압구정동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영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엄정화의 노래 “눈동자”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밖에도 신해철과 N.EX.T가 만들어낸 영화음악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Uhm Jung-hwa - Pupil, 엄정화 - 눈동자, Saturday Night Music Show 19930821 - YouTube

그해 초에는 “인형의 기사” “도시인” 등이 실린 N.EX.T의 <HOME> 앨범이 발매되었는데 한창 LP를 모을 때라 구입해서 지금도 보관 중이다. 이 글을 쓰다가 생각나서 꺼내봤더니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많이 알려졌던 타이틀곡보다 <HOME>이라는 앨범명에 충실한 “아버지와 나”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서정적인 노래를 더 좋아했던 것 같다. 


한 손엔 휴대전화 허리엔 삐삐 차고 

집이란 잠자는 곳 직장이란 전쟁터

회색빛의 빌딩들 회색빛의 하늘과

회색 얼굴의 사람들 This is the City Life!

[R.I.P]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 N.E.X.T - City people, 넥스트 - 도시인 Saturday Night Music Show 19961214 - YouTube

“도시인”의 가사 속에 등장하는 휴대전화와 삐삐도 역시 보관 중이다. 연식을 확인해보니 삐삐는 현대전자가 있던 시절 93년에 출시된 제품이고, 직장 생활하면서 처음 장만했던 싸이언 PCS폰은 98년생, 실버 싸이언은 2002년 월드컵 당시 가지고 다녔던 모양이다. <응답하라 2002> 제작한다면 넘겨줄 골동품이 가득한데 아직 소식이 없어 아쉽다. 


수십 년 전 제품이지만 그렇게 오래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 그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노인이 되어있을 텐데 생각하면 참 허무하다. 이 물건들을 언제까지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때로는 사람보다 물건이 더 오래 머무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붙잡아두지 못해서 물건을 붙잡아두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세월이 지나면 하나둘 떠나기 마련이고, 내 곁에 머무는 시간도 제한되어 있는데 나이가 들어도 이별은 여전히 서글프고 익숙해지지 않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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