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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Dec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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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워킹 타이틀 영화와 함께

어느새 달력이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춥고, 외로운 이 맘 때가 되면  훈훈한 온기를 주는 영화가 생각난다. 워킹 타이틀의 영화가 바로 그럴 때 생각나는 영화다. 워킹 타이틀의 전성기라고 하면 <노팅 힐. 1999>, <브리짓 존스의 일기. 2001>, <러브 액츄얼리. 2003> 등 로맨틱 코미디의 정수를 선보였던 2000년대 초반이겠지만 <데드 맨 워킹. 1996>, <빌리 엘리어트. 2000> 같은 드라마가 강한 작품들도 워킹 타이틀의 필모에서 찾을 수 있다.

워킹 타이틀 영화 중 우리나라에서 크게 히트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영화가 <어바웃 어 보이. 2002>다. 아버지가 유명 캐럴을 작곡한 덕분에 그 저작권료로 여유 있는 독신 생활을 만끽하는 윌(휴 그랜트)이 열두 살 왕따 소년 마커스(니콜라스 홀트)를 만나면서 이미 성숙한 마커스가 몸만 어른 윌을 성장시키는 반전이 흥미로운 영화였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저작권료가 사람을 편히 살게 하는구나 하는 싶어 어떻게든 저작권료를 거두는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결심과 현실은 큰 차이가 있었고, 두 번 세 번 보면서 나와 놀랍도록 닮은 윌이 ‘인간관계’를 배우는 모습에 나도 저렇게 해야 하나 싶어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 홀로 집에>의 재탕삼탕으로 보낸 90년대 크리스마스 시즌이 막을 내리자 2000년대 크리스마스를 지배하기 위해 작정하고 만든 <러브 액츄얼리>가 나왔다. 웰메이드 옴니버스의 정석을 보여준 <러브 액츄얼리>는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키이라 나이틀리, 엠마 톰슨 등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는 배우들을 한데 모아 130분의 러닝타임을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흥미진진하게  꽉 채웠다.

워킹 타이틀의 영화들은 극장에서 봐도 좋지만, 외롭고 쓸쓸할 때 이불 뒤집어쓰고 귤을 까먹으면서 보기에도 딱 맞는 영화라 DVD들을 사모았는데 DVD 플레이어를 버려서 지금은 무쓸모가 되어버렸다. 요즘엔 IPTV로 간편하게 영화를 보는 시대지만 영화를 보는 맛이 덜한 건 내 감성이 메마르고 심장이 단단해진 탓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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