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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Dec 03. 2022

종로의 중심에서 추억을 외치다

그때의 아지트 종로와 광화문

2일 밤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전을 남긴 우리나라는 1 무 1패 전적으로 16강 진출을 하려면 H조 최강팀 포르투갈에게 승리하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꺾는 것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던 16강 진출이 후반전 추가시간에 황의찬 선수가 역전골을 성공하며 2:1 승리를 거두고, 우루과이도 가나 상대로 2:0 승리하자 영하의 날씨에 광화문에서 응원하던  3만여 명의 시민들은 기쁨으로 추위를 날려버린 듯했다. 

출처. 서울특별시 공식 블로그

종로와 광화문은 강북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X세대라면 추억의 장소가 많은 곳이다. 교보문고가 1981년 개장하기 전까지 1907년 개업한 종로서적은 약속시간 동안 책을 보면서 기다릴 수 있는 가장 인기 있는 약속 장소였다. 그랬던 종로서적이  무려 100여 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폐업한 것은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들떴던 2002년 6월이었다. 


그렇게 사라진 종로서적 자리에 2010년 다이소가 들어섰고, 종로에서 다이소를 지나칠 때마다 김홍도의 서당이 외벽을 장식했던 종로서적이 그리워졌다. 2016년 종로타워 지하 반디 앤 루니스 서점이 종로서적으로 재탄생했지만 너무나 현대적인 서점이라 중앙계단으로 오르내리던 옛 종로서적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영화 <접속>에서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단성사 2층 카페

그 시절, 광화문 영국문화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종로서적 옆 뮤직랜드에서 CD를 구입하고, 카페소반(CJ 비비고의 전신)에서 비빔밥을 즐겨 먹었다. 씨네코아에서 영화를 보고 카페 뎀셀브즈에서 커피를 마셨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0여 년이 훌쩍 흘렀다. 피카디리, 단성사 같은 영화관은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에 자리를 내줬고, 1979년 개관하여 종로를 지키던 서울 극장마저 2021년 8월 폐업을 했다.  개성 있고 다양했던 종로의 카페들은 사라지고 스타벅스만 즐비하다.  

종로와 광화문도 화려하고 쾌적하게 바뀌고 있지만 다시 가볼 수 없는 그때의 옹색한 아지트가 그리워질 때도 있다. 세월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겠지만 한두 군데만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600년 수도 서울은 언제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직장생활의 전반기를 태평로와 광화문에서 보내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강남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바람에 종로와 멀어졌다. 오랜만에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이 되었고, 6년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다시 종로를 가보았을 때는 너무 낯설어서 어색했다. 20년 후 종로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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