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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y 01. 2023

사람은 변할까, 변하지 않을까

사람이 변하는 것보다는 강산이 변하는 게 더 빠를걸?

요즘 응원팀 야구를 보면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면서 감독이 교체되었는데 새로 선임된 염경엽 감독이 취임 후 첫 번째 했던 인터뷰 제목이 “난 교만했고 하늘은 벌을 내렸다. 같은 실수 반복 않겠다.”였다. 아…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싸했고, 그 싸한 느낌을 개막 한 달 동안의 경기를 통해 확인하는 중이다.


‘스스로 교만했다’는 자기반성을 하는 사람치고 그 교만을 내려놓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정말 처절한 자기반성을 한 사람은 ‘교만했다’라는 말조차 아끼기 때문이다. 이제 막 팀에 합류해서 훈련도 시작하지 않은 처지에 불필요한 말들을 늘어놓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음을 깨닫고 있다. 


개막전 LG 트윈스의 전력은 우승에 도전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내심 올시즌은 포스트시즌진출조차 쉽지 않을 것 같았던 이유는 감독의 불안한 성정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다른 스포츠도 대부분 그렇지만 야구도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으려면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시즌에는 수비 실책으로 실점을 하거나 공격 기회를 살리지 못해서 득점에 실패했을 때도 선수들과 코칭 스탭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분위기를 다잡는 장면을 여러 번 보면서 마음을 놓았었다. 그런데 새로 선임된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플레이 하나하나에 안절부절못하고 마음에 들지 않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붉으락푸르락하고 있으니 선수들이 마음 놓고 경기에 임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팀 스포츠는 궁극적으로 승리가 목표지만, 승리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장점과 단점이 서로 다른 선수들이 부족한 점을 메워가면서 동반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게 좋은 팀을 만들어가는 필수 요소라고 생각한다. 전투에 이기기 위해서는 지장(智將) 보다 덕장(德將)이라는 말이 있다. 온갖 병법을 동원하는 것보다 병사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그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어야 전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강퍅한 사람이 삶의 좌절과 고통을 겪고 나면 성정이 조금은 변했을 거라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지만 사람은 참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때가 더 많다. 특히 나이가 들면 좀 온화하고 유순해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단단한 착각일 뿐이다. 누군가 사람이 변하는 것보다 강산이 변하는 게 더 빠르다고 말하는 걸 들으니 헛된 기대는 깨끗이 접을 수 있게 되었다. 


아, 올해는 야구 보기 참 힘겨운 시즌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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