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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y 09. 2023

대전으로 간 실버스타

힘차게 날아오르는 채은성 선수, 주인공은 바로 너!

프로야구 선수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KBO(한국야구위원회)에 등록되어 있는 상태로 8번의 정규시즌을 뛰어야 하는데 단순히 년수만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1군 등록 기간이 145일을 넘어야 한 시즌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되며 모자라게 뛴 시즌들도 서로 합산하여 145일을 넘기면 1년으로 인정된다. 그러므로 규정타석을 소화하면서 이 기간을 채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FA 대박계약을 맺는 선수들이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면 수십억, 심지어 백억을 넘기는 선수도 있다. 그런 선수들을 바라보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나 같은 야구팬이 볼 때도 살짝 부아가 치밀 때도 있는데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깟 공놀이나 하는 선수들에게 뭐 저리 엄청난 금액을 퍼주는 건지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프로야구 선수 중 FA 대박을 터뜨리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일 뿐, 경쟁에서 밀려나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지는 게 대다수의 선수들이다. 프로야구 10개 팀은 팀별로 매년 11명의 신인 선수를 선발한다. 110명을 매년 선발하는데 TV에서 중계하는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그중에서 믿을 만한 활약을 펼치는 극소수만이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유강남은 11년, 채은성은 10년 만에 팀을 옮기게 되었다. KBO에서는 리그 전력 상향 평준화를 위해 셀러리캡(구단별 소속선수 중 연봉 상위 40명의 금액을 합산한 구단의 연평균 금액의 120%를 넘길 수 없고, 이를 초과할 시 제재금을 납부해야 하는 제도)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두 선수가 LG 트윈스에 잔류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해서 2022년 시즌 후 두 선수의 이적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지난 시즌 우승이라도 하고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LG 트윈스는 플레이오프 광탈을 하고 말았다. 시즌을 마치고 예상대로 주전 포수 유강남은 롯데 자이언츠와 4년 80억, 주전 1루수 채은성이 한화 이글스와 6년 90억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팀을 나가게 되었다.


유강남의 이적도 아쉽지만 채은성의 이적이 좀 더 각별하게 안타까운 것은 내가 싱가포르에서 귀국한 후 다시 야구를 보기 시작한 2014년 1군 무대에 데뷔해 첫 안타를 쳤던 모습을 지켜본 선수여서다. 채은성은 2009년 효천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서 LG 트윈스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해 선발한 11명의 선수들도 눈에 띄기 힘든 판국에 지명도 받지 못해 신고선수로 입단한 선수가 팬들의 관심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2014년 5월 27일 삼성전 배영수 선수에게 첫 안타를 치던 순간

채은성은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선발되는 상무나 경찰청 등에 뽑히지 못했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했다. 군 전역 후 퓨처스(2군)에서 타격으로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어 2014년 1군 무대에 진입했고, 5월 27일 마침내 첫 안타를 친 것이다. 당시 첫 안타공에 '大 선수가 되세요'라는 덕담을 써준 양상문 감독도 신고선수 출신 채은성이 90억을 받는 선수가 되리라고 예상은 못했을 것이다.


채은성은 신인시절 욕을 배부르게 먹으면서 성장했다. 타 팀팬도 아닌 자팀팬에게 미움받는 선수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래서 나는 그 시절부터 채은성이 너무 짠했고, 어이없는 플레이를 해도 무한 두둔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미워하는 팬들 보란 듯이 다른 팀에 가서 날개를 활짝 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랬던 채은성이  좌타 일색인 LG 트윈스를 대표하는 우타자로 성장하는 걸 보면서 대견하고 기특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에 특정 선수를 응원하는 팬은 아니었다. 그동안 FA로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꽤 많았는데 팀을 이적하는 순간 그 선수에 대한 애정과 응원은 모두 거뒀었다. 그런데 채은성의 이적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선수로써 최선의 선택을 한 것뿐인데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어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면서도 현실감이 없다.


이제는 보내줘야 할 때가 맞는데도 쉽지 않고 한없이 아쉽다. 이제 잠실이 아닌 대전으로 간 실버스타 채은성이 힘차게 날아오르길 먼발치에서 응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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