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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y 11. 2023

내가 너에게 화난 이유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해야…

말이라는 건 한번 입밖에서 나가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선인(先人)들은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라는 말씀을 많이 남기셨나 보다. 요즘 시대에는 하고 싶은 말 꾹꾹 참았다가는 우울증이 올지도 모를 만큼 하고 싶은 말은 그때그때 해버리는 게 미덕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SNS에서 입바른 소리 하는 셀럽들은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지적질을 많이 했을수록 그 실수에 대한 비판이 그동안 잘난 척했던 만큼 고리(高利)로 돌아온다.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스스로는 정말 해야 할 말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개선되기는커녕 비난과 원망이 쏟아지는 경우가 있다. “나는 할 말 했으니 된 거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말을 한 이유가 그저 내가 속이나 시원해지자고 한 거라면 어린아이들의 일차원적인 욕구 해소와 뭐가 다른 걸까. 상대방이 잘못을 알아차리고 이해와 반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이유일 텐데 그저 “나는 네가 정말 싫어. 별로 대단치도 않은 네가 잘 나가는 것도 아니꼬워.”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상대방이 백번 잘못했다고 해도 말한 사람의 인격적 미숙함만 드러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다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 말하면 반발이나 말싸움으로 번져 본질은 사라지고 서로 간의 감정싸움이 돼버리면 자기가 하고 싶었던 말은 허공으로 흩어지고 못난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남는 것이다. 심지어 내가 한 말에 대해 상대방이 격조 있게 반박하거나 수긍하면 내가 아무리 옳은 말을 했어도 우스워지기 십상이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가 막 던지듯이 불쾌함을 표현한다면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간혹 상대방의 행동에 대해 기분 나빴다고 하면서 나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 꾹꾹 참아왔던 묵혀온 일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면 감정적으로 내뱉지 말고 기분 나빴던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해서 차분히 써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오래 참아왔던 묵은 감정을 상대방은 알지 못하는데 불쑥 “그때 너는 정말 큰 잘못 했어.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아? 정말 참다 참다 말하는 거야.”라고 해봐야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상대방이 잊고 있었다면 황당할 수 있다. 그러니 당시 상황에 대해 차분히 복기부터 하고, 이런 것 때문에 내가 힘들었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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