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화가 이암과 변상벽
『손 안의 박물관』이란 책을 읽다가 조선 중기 화가 이암(1499~)이 그린 <모견도>를 보고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500여 년 전에 그린 댕댕이 그림인데 어미 등에 올라타고, 품에 안겨있는 강아지들의 편안한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다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엄마 품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매한가지인가 보다.
이 그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보니 이암은 세종대왕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1418~1469)의 증손으로 생애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으나, 짐승을 잘 그린 것으로 유명했고, 여러 작품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암의 또 다른 그림 <화조구자도>는 따스한 봄날 꽃나무 아래서 햇볕을 즐기는 세 마리 강아지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모견도>의 그 강아지들이 아닐까 싶다.
2005년에 개봉한 영화 <몽상가들>에서 여주인공 이사벨(에바 그린 분)의 방에 걸려있는 이암의 강아지 그림도 화제가 된 바 있는데 꿩의 깃털을 물고 가는 강아지가 그려진 이 그림은 1959년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 호기심 어린 눈망울과 보송보송한 털의 묘사가 인상적인 이 그림으로 인해 이암의 그림이 관심을 모았었다.
옛 그림에 댕댕이가 등장했다면 냥이도 빠질 수 없다. ‘변고양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고양이 그림을 많이 그린 변상벽(1726년 이전 출생 추정)의 그림은 우리나라 토종 고양이의 매서운 표정이 일품이다. 조선 후기의 도화서 화원이었던 변상벽은 인물 초상화를 잘 그려서 영조의 어진을 그리기도 했다. 영조는 그가 그린 어진을 마음에 들어 해서 현감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변상벽의 대표작 <국정추묘도>는 국화가 피어있는 가을 뜨락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고양이를 그린작품으로 바싹 세운 털과 수염, 먹이를 노려보는 듯한 눈빛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묘작도>는 새순이 돋는 고목 위의 참새들을 향해 나무를 기어오르다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고양이와, 그를 올려다보는 고양이를 그렸다. 고양이의 생기 넘치는 동작과 표정이 실감 나게 묘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