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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y 16. 2023

중년은 가위에 눌린 청춘

머물러 있는 줄 알았지만 점점 멀어져 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청춘시절에 바라보는 중년 이상 나이 든 사람들은 다른 종족인 것처럼 괴리감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스스로는 젊었을 때와 마음가짐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사람들이 보는 시선과 대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다. 청춘들에게 백날 얘기해 봐야 와닿지 않을 거고 그들도 나이 들면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란 걸 잘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야구팬으로 나이를 실감하는 순간은 내 또래의 선수들이 하나둘 은퇴하기 시작해서 자취를 감추더니 어느새 들이 감독이 되어 현장에 돌아올 때다. 10개 구단 감독들의 나이를 찾아보니 1976년생 두산 베어스 이승엽,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이 제일 젊은 감독이고, 1966년생 KT 위즈 이강철이 최고령 감독이다. 2017년 한화 이글스 감독에서 물러난 김성근 감독(1942년생)이 계실 때가 든든했는데(?) 김성근 감독은 이제 은퇴 선수들과 함께 은퇴 감독이 되어 최강야구에서 만나게 되었다.


LG 트윈스팬인 내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건 등번호 9번 이병규 선수가 은퇴할 때였는데 세상에… 그때가 벌써 2016년이다. 이번주 최강야구의 상대팀이었던 휘문고등학교에는 이병규 선수의 아들 이승민 선수가 아버지의 등번호 9번을 달고 뛰고 있다. 어린 시절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시타를 했던 이승민 선수는 지금은 고교 주말리그에서 맹활약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프로 구단에서 눈여겨보는 유망주로 성장하였다.

2013년, 2017년 두 차례 시구와 시타를 한 이승민 선수

지금 KBO에서 뛰는 현역 최고령 선수들은 1982년생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추신수, 김강민(SSG 랜더스)이다. 프로야구 황금세대라고 불렸던 기량이 출중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은퇴를 하고 이제 딱 세명만 남았다. 지금 리그에서 중심이 되는 선수들은 90년대생인데 이들도 훌쩍 30대에 진입하였고 곧 00년 대생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징그럽기까지 하다. 1980년 대생들을 감독으로 만나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발표된 1994년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는 아, 서른이 되면 이런 감정이 들까 아주 멀게만 느껴졌는데 마흔 줄에 접어들면 모를까 요즘 서른 살들은 이 감정에 공감하기 힘들 것 같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이 대목은 정말 목이 메어온다. 작사와 작곡을 한 강승원 씨는 고작 34살에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 수 있었는지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감탄스럽다.  


야구 경기를 즐겁게 보다가도 그 펄펄 날아다니던 선수들이 감독이 되어 더그아웃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면 문득문득 세월의 그늘이 느껴져서 서글퍼지기도 한다. 특히 스타 출신이었던 감독들은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자기들이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을 텐데 마음 따로, 몸 따로가 현실이라 가위에 눌린 듯 답답할 것을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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