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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y 20. 2023

함께 걸어가는 길

아버지와 아들이 연관 검색어가 된다는 건

프로야구 개막 직전 KIA 타이거즈 장정석 단장이 박동원 선수의 협상 과정에서 금품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구단을 떠나게 되었다. 장정석 단장은 넥센 히어로즈 감독으로 선임되어 2017~2019 시즌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감독에서 물러난 뒤 2020~2022 시즌 KBS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준수한 해설을 선보여 야구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장단장의 두 아들은 모두 야구선수이고, 특히 장남 장재영 선수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고 있는데 그의 아버지가 선수와의 협상 과정에서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경력을 송두리째 말아먹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앞날이 창창한 두 아들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려고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인지 아직도 이해하기 힘들다.


때 이른 여름 더위가 찾아온 프로야구에 또다시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현직 프로야구 단장의 아들이 고교 야구 학교 폭력에 연루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장정석 단장과 반대로 아들이 아버지를 곤란한 처지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아버지가 훌륭한 야구선수로 아들에게 꿈이 되고, 롤모델이 된 것까지는 좋았으나 같은 업종에 몸담으면 아버지나 아들 모두 처신을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핸디캡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아들은 잘되면 자랑과 긍지가 되지만, 잘 안되면 혹독한 비판과 비아냥의 고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40년을 넘어서면서 한 길을 걷는 부자지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1994년 타격 5관왕과 그해 MVP를 거머쥔 이종범과 2022년 타격 5관왕과 역시 MVP의 주인공이 된 이정후 부자는 야구인들은 물론 사회에서도 부러움 대상이 되고 있지만 KBO 40년 역사상 이런 성과를 나란히 낸 부자는 이들뿐이다.  


아버지에 이어 야구선수가 된 아들들은 아버지의 성취를 뛰어넘기 위해 애쓰지만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야구선수가 된 아들을 응원하면서도 불필요한 이목이 집중될까 조심하는 것이 아버지이고, 아들은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될까 눈치 아닌 눈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아들이 야구 말고 다른 직업을 택했으면 좋겠다는 선수들이 더 많은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야구선수로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운 선택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름이 연관 검색어가 되는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되었다면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책임에 대해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처신했어야 했을 텐데 그 무게를 간과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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