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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May 24. 2023

나무가 살아났다!

누구에게나 리셋의 기회는 있다.

딱 한 달 전 커피나무와 녹보수가 응애(해충)의 습격으로 그 푸르던 잎이 하얀 얼룩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잎 끝이 까맣게 변해가길래 버려야겠다 싶어서 잎과 가지를 다 자르고 뿌리만 남겼었다. 그런데 우연히 반려식물 클리닉이란 곳이 있어 가져가볼까 생각하다가 귀찮아져서 그냥 내가 한번 해볼까 도전해보기로 했다. 뿌리만 남은 나무들을 며칠 물 속에 잠기게 했다가 꺼내서 말린 후 다시 화분에 심어 두고 물 듬뿍 주고, 햇빛도 쬐어주면서 살아나길 소망했다. 정말 별 거 없었다.


버쩍 말라가는 커피나무와 달리 녹보수는  1주일 전부터 조그만 새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와아 이게 되다니...둘 중 하나를 살려낸 것만도 스스로 기특하고 싹을 틔운 녹보수도 대견해서 요 며칠 동안 꼬마 새싹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렇게 햇빛과 물만 주면 살아나는 나무를 허투루 버렸으면 너무 아까울 뻔했다. 잎과 가지를 다 떼어버리고 리셋을 한 녹보수를 이전의 풍성한 나무로 키워낼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잘 키워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다시 싱그러운 본연의 모습으로...

조그만 새싹을 틔운 녹보수를 바라보면서 폭증하고 있는 촉법소년 범죄와 관련한 뉴스들이 떠올랐다. 11일 제주 모 초등학교 3학년 생인 A군(9)은 동급생 2명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한 후 이 사진을 같은 반 여학생 B양에게 전송했다. A군은 10살이 되지 않아 촉법소년에도 해당하지 않아 아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고 훈계 처분이 이뤄진다고 한다. 


지난달 26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대한민국 14세 근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영상 속의 소년 C군(14)은 경찰관을 향해 욕설을 쏟아내고 발길질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C군은 택시요금을 내지 않아 충남 천안동남경찰서 관내 파출소에 붙들려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C군의 부모는 영상 유출자를 찾아 처벌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져 실소를 자아냈다.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의 강력범죄가 크게 늘고 있다. 가정법원에 접수된 소년 보호사건은 2012년~2017년 평균 6.5건에 불과했지만, 2018~2022년 평균 49.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죽어가는 나무도 병든 잎과 가지를 전부 쳐내서 되살릴 수 있는데, 어린 나이에 범죄에 발을 들여 사회에 해악만 끼칠 어른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높은 이 아이들에게도 리셋의 기회는 주어지기 힘든 걸까. 더 이상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되어가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서는 안될 일이다. 


촉법소년을 비롯한 소년들의 강력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이들이 다시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햇빛과 물을 주는 어른들의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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