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레카 소음 덕분에 쉬어갑니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왔는데 ‘드드드득 드드드득’하는 소음이 들려온다. 그러고 보니 걸어오면서 도로를 파헤치는 공사하는 모습을 본 게 기억이 났다. 중장비 중에서도 가장 신경 거슬리게 하는 소음을 만들어내는 저 기계의 정체가 궁금해서 검색까지 해보았더니 일명 뿌레카라고 불리는 ‘Breaker’ 임을 알아냈다. 보통 단단한 땅이나 구조를 해체하고 파헤치기 위해 모든 공사를 시작하는 장비라고 생각되는 이 기계는 공사현장의 필수 장비가 아닐까 싶다.
잠깐 조용해지는가 싶으면 다시 ‘드드드득 드드드득’ 소음 공습이 시작되어 아, 오늘은 공부를 작파하고 그냥 집으로 가야 하나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 문득 아침 일찍부터 가만히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무더위에 공사현장에서 먼지와 소음을 견디며 밥벌이를 하고 계신 분들의 일상을 떠올려보니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날씨에 더위를 피할 수도 없는 야외공사를 해야 하는 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 일이겠는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소음을 피해 잠시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이틀 동안 비가 내린 후 오늘은 해가 나오고,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살랑거리고 더할 수 없이 화창한 날씨다. 이런 날씨에는 달달한 것을 먹어줘야…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단팥빵과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단것이 들어가니 마음이 조금 안정이 되고,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카페 안에서 바깥 풍경을 내다보니 예쁘게 피어있는 노오란 모감주꽃이 눈에 들어왔다.
아, 여기에 이렇게 예쁜 모감주나무가 많이 있었구나.
한창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이런 휴식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만 했다. 그러면서도 불만이 없었던 것이 일을 너무 좋아해서였다. 일하면서 배우고 터득하는 과정이 즐거웠고,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도 마음에 맞는 사람이 많았고, 성장하며 나아간다는 게 기분 좋은 일이었다. 어쩌면 지금 열심히 쉴 수 있는 이유도 일만 하는 십수 년 동안 미련 없이 내 안의 모든 것을 끌어내 소진한 탓도 있을 것이다.
뿌레카 소리를 견디면서 자리를 지키고 짜증을 내는 대신 잠시 쉬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처지가 고맙게 느껴진다. 살다 보면 극한의 괴로움을 견디면서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건,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함일 때도 있지만,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혹은 입에 풀칠해야 하는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을 때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참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정말 몸과 마음이 지쳐서 물먹은 솜처럼 가라앉고 쳐지기만 한다면 과감히 휴식을 선택할 권리도 있다는 걸 기억했으면 한다. 조금 쉬어간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쉬면서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아직은 초여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