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잔의 커피

휴식 같은 커피에 감사하는 마음

by Rosary

오래전부터 커피원두를 사서 그라인더로 갈고 드립커피로 마시는 걸 즐겼다. 집안에 커피 향이 가득한 것만으로도 충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데 커피를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요즘엔 주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메리카노나 라떼가 아닌 조금 특별한 커피를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


오늘 단골 카페 사장님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신 후 메뉴 개발 중인 에그 커피를 마셔보지 않겠냐고 추천하길래 실험정신이 투철한 편인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린다고 했는데 10분 정도 후 크리미한 노란색이 올라간 커피를 가져다주셨다.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취향이지만 날씨가 무더운지라 아이스로 만들어 주신 듯한데 따뜻해야 맛있을 커피 같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인데… 맞다, 에그타르트… 달걀의 부드러움과 달달한 캐러멜향이 입안에서 가득 퍼졌다. 에그 커피 맛 내기의 관건은 달걀의 비린 맛을 잡는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는 성공적이다. 공들인 커피를 아메리카노 가격에 마셨으니 정성스러운 품평을 하고, 커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카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단골빵집 사장님이 커피가 맛있는 카페가 옆골목에 새로 생겼다고 소개를 해줘서다. 말해준 대로 옆골목을 둘러보았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어 엉뚱한 카페를 찾아갔을 정도로 주택가에서도 깊숙한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길 찾기가 만만치 않은 위치에 있었다.


요즘 내가 사는 동네는 카페 춘추전국시대라도 열린 건지 폐업도 많고 개업도 많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카페마다 커다란 스탠딩 배너를 골목 입구에 설치하는데 이곳 사장님은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눈치가 역력했다. 카페 정글에서 살아남기에는 심히 고지식한 게 걱정스러워서 조심스레 조언을 건넸다. 골목에 배너라도 설치해 보시라고…


이 카페에서 브런치에 올릴 글도 쓰고, 책도 한 챕터쯤 읽는 휴식 시간을 가지다 보니 사장님보다 카페 영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훌륭한 단골 카페가 사라지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조바심이 발동한 것이다. 짧은 대화 속에서도 커피에 대한 우직하고 정직한 마음과, 한 달에 한두 번 들를까 말까 하는 손님에게도 한결같은 친절함과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식탐도 사라지고, 허기도 별로 느껴지지 않아 삼시 세 끼를 챙겨 먹지 않은지 오래다. 그래서 오히려 한 끼 식사와 차 한잔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허투루 해결하지 않으려 한다.


천천히 식사를 하고, 천천히 커피 한잔을 즐기는 시간이 감사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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