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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l 03. 2023

모기장 예찬

인간의 숙면과 모기의 생명을 보장하는 해결책

5월 말 때 이른 더위와 함께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왔다. 바로 모기... 더위에 잠을 설치는데 모기가 귓가에서 왜앵 거리기 시작하면 잠은 다 잔 거다. 작년 여름, 모기 때문에 잠도 설치고 벽에 붙은 모기 잡다가 생긴 흔적을 지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도 어찌 된 일인지 본격적인 여름이 접어들었을 때 오히려 모기가 뜸해져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올여름은 어찌 보낼까 싶었다. 


유튜브에서 모기 퇴치에 관한 영상을 검색해 보니 모기가 왱왱거릴 때 갑자기 불을 켜면 가장 가까운 벽에 딱 붙어있다는 팁에 따라 몇 번 잡아본 적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라 며칠 동안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쳐서 낮에도 피곤이 이어졌다. 전기 모기채라도 사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커뮤니티에서 원터치 모기장이 좋다는 글을 보고 바로 구입했다. 모기장이라고 하면 어린 시절 여름 내내 방 전체에 쳐놓았던 파란 모기장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간단하고 편리한 모기장이 있었구나 싶었다. 


모기장을 설치한 날부터 모기의 흡혈활동엔 비상이 걸렸지만, 밤새 불을 켰다 껐다 하면서 잠을 설쳤던 나에게는 평화가 찾아왔다. 모기장을 설치하면 답답해서 차라리 모기와 일전을 불사하는 게 낫다는 분들도 있지만, 내 경우엔 모기장이 왠지 아늑해서 꿀잠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피칠갑된(?) 벽지를 닦느라 애쓸 필요도 없고, 그냥 모기장에 쏘옥 들어가면 그만이니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무려 6개의 침을 꽂아서 흡혈을 하는 모기

모기장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기를 쓰는 모기를 볼 때마다 회심의 ‘용용 죽겠지’를 날리고픈 생각이 들다가도 알을 낳기 위해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다. 그래도 너의 산란보다는 나의 취침이 소중하니 딴 데 가서 알아봤으면 좋겠지만 모기들은 포기를 모르고 버티고들 있다. 


며칠간 평화로운 수면이 보장되어 모기장에 익숙해졌지만, 어쩐지 지난밤에는 나도 답답한 생각이 들어 모기장 없이 자볼까 싶은 순간 눈앞에 모기 한 마리가 쓱 지나가는 게 보이길래 마음을 고쳐먹고 모기장 속으로 몸을 피했다. 암튼 인간의 꿀잠도 보장하고, 모기 살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피차 평화로운 해결방법으로 모기장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모기의 후손을 잇는 일은 모기들이 알아서 해결할 숙제로 남겨 놓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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