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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l 17. 2023

송사는 피하는 게 상책

국민참여재판 방청을 해보니…

드라마나 영화에서 극적으로 표현하는 법정 장면. 실제 법정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사법기관인 법원에서 주관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를 확인하고 싶어서 재판 방청을 다녀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어떤 재판을 가야 할지 몰라서 법원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가까운 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가보다가 국민참여재판 위주로 방청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내용인지 사전에 공개되지 않아서 법원에 가서야 어떤 재판인지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운전도 하지 않는 내가 음주운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방청했던 국민참여재판의 상당수가 음주운전에 관한 재판이어서였던 것 같다.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것은 피고인이 억울한 심정이나 정상참작을 호소하고 싶은 취지여서인지 일반적인 음주운전 사건과 결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음주 다음날 숙취로 인해 음주운전이 적발되었거나, 술은 마시지 않고 단지 구강청결제를 사용했을 뿐인데 혈중알코올농도가 기준치를 넘어서 적발된 경우는 피고인 입장에 공감할 때도 있었지만 지루한 재판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마음이 수시로 바뀌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실제 재판은 엄청나게 지루하다. 오전 10시나 11시쯤 재판이 시작되면 검사가 몇 시간에 걸쳐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제시를 하고, 변호사가 또 몇 시간에 걸쳐 반대 입장의 증거제시를 하고, 출석한 증인에게 증언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의 온종일 한다. 그 사이 점심시간에 휴정을 하고 오후 1시나 2시쯤 재판이 재개된다. 국민참여재판이니 배심원단의 평의가 진행되고 이 내용을 재판부에 전달한다. 재판부에서 양형에 관한 토의를 마친 후 저녁이 되어서야 판결이 나온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이 긴 과정을 온전히 모두 견뎌본 적이 없다.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니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가끔은 불필요하게 시간을 과하게 허비한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배심원들에게 범죄사실 여부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육안으로 거의 보기 힘든 서류를 작은 모니터를 통해 한 장 한 장을 보여주고 읽는 검사와 변호사들이 있는데 그걸 눈여겨보고 귀담아들을 수 있는 배심원이 있을까 의심스러웠음에도 거의 몇 시간 동안 반복하는 걸 보면 지나친 요식행위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재판 기일이 무한정 늘어나서 해를 넘기는 사례도 허다한데 살면서 송사에 얽히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될 일인가. 법원에서도 재판 간소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인지하고 있어 전자소송과 영상재판 등 신속처리절차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법원이 권위를 내려놓고 재판 간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생업을 포기하면서 재판을 이어가야 하는 민원인들의 고충을 덜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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