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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Jul 25. 2023

진짜 골 때리는 그녀들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개막

오늘 오전 11시 우리 선수들이 뛰고 있는 호주 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첫 번째 경기인 콜롬비아전이 열렸다. 오랜만에 본 여자축구는 경기 양상이 사뭇 달랐다. 느리고 패스미스도 잦아 금세 지루해져서 정주행 하기 힘들었던 예전과 달리 여자선수들이라고 믿을 수 없는 빠르고 거친 플레이가 몰입도를 높였다. 경기 후 '고강도'를 강조했던 대표팀 콜린 벨 감독은 이것이 현재 국제적인 여자축구의 수준이라고 현실을 직시할 때라는 소감을 밝혔다.


경기 초반 우리 선수들은 콜롬비아를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전반 29분 상대 슈팅을 막는 과정에서 공이 심서연 선수의 팔에 맞는 바람에 페널티킥을 허용하면서 균형이 깨졌고, 전반 38분 콜롬비아 선수의 슛을 윤영글 골키퍼의 선방으로 잘 막아내는 듯했지만 공이  손에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 추가골을 내주면서 0:2로 패하고 말았다. 


월드컵 직전 친선경기에서 거친 플레이로 부상을 우려한 아일랜드의 기권을 이끌어낼 만큼 강한 피지컬과 압박을 하는 콜롬비아와 맞서 우리 선수들이 주도권을 잡고 몇 번의 슈팅을 시도할 만큼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페널티킥을 내준 후 전열이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은 콜롬비아의 파상공세에 졌잘싸에 그치고 말았다. 역시 스포츠에서 피지컬은 뛰어넘을 수 없는 최고의 전력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아쉬운 경기였다. 


국가대표 여자 축구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이랄 수 있는 지소연 선수(32)는 160cm의 단신이지만 역대 최고 대우를 받으면서 2014년 잉글랜드 여자 축구 첼시에 진출했다. 2022년까지 8년을 뛰면서 팀의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 선수상에 여러 번 선정되었을 만큼 설명이 필요 없는 선수지만 어린 시절 축구하는 걸 결사 반대하는 아버지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아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된 가슴 아픈 후일담이 있는 선수다. 나중에 자신이 축구를 포기했다면 부모님이 이혼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서 반드시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지소연_사진. 대한축구협회

반면 박은선 선수(36)는 180cm의 큰 키와 훌륭한 체격조건과 실력으로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아 16세 9개월의 나이에 최연소로 2003년 미국 여자 월드컵 국가대표로 선발될 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였다.  그러나,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성별 검사 이슈가 나오면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선수생활을 중단하는 시련을 겪었는데 심지어 2013년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성별 문제를 거론하며 박은선 선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욕을 주기도 했다.   


박은선 선수의 최연소 출전 기록을 20년 만에 갈아치우고 16세 1개월의 나이로 이번 월드컵에 깜짝 발탁된 케이시 유진 페어(16)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선수다. 그녀는 AFC 17세 이하 아시안컵 예선 3경기에서 5골을 터뜨리며 뛰어난 활약을 펼쳐 대표팀 콜린 벨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콜린 벨 감독은 혼혈의 어린 선수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이 케이시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걸 바라지 않아 비밀병기로 꽁꽁 숨겨뒀다는 후문이다. 

케이시 유진 페어_사진. 대한축구협회

세 선수뿐 아니라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와 자세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2015년 여자 월드컵 사상 최초 16강 진출의 주역 조소현, 김혜리, 이영주 등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황금세대의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첫 경기는 비록 패했지만 30일 치러지는 모로코전에서는 승리를 할 수 있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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