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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ug 01. 2023

50년 된 노래의 힘

두 명의 피아노맨 엘튼 존과 빌리 조엘

며칠 전 TV에 등장한 광고음악이 새삼스레 귀를 사로잡았다. 화면에는 첨단 모바일 제품이 천천히 유영하고, 익숙하고 유려한 선율이 흐른다. 잔잔한 피아노 인트로에 이어 엘튼 존의 서정적인 발라드 보컬이 부드럽게 연결되다가 후렴부에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웅장한 절정을 이루는 “Goodbye Yellow Brick Road”였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게 언제였더라. 아마도 중학교 시절 <김기덕의 두 시의 데이트> 아니면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였으리라. 가사가 무슨 뜻인지도 몰랐지만 멜로디와 보컬만으로도 알 수 없는 향수가 느껴져서 울컥했던 것 같다. 나중에 이 곡의 가사가 피곤한 도시를 떠나 시골로 돌아가서 살고 싶다는 내용이며,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에메랄드 시티로 이어지는 길 ‘Yellow Brick Road’에서 가져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Elton John Goodbye yellow brick road live at Dodger Stadium 1975 - YouTube


1973년 10월 5일 발표한 엘튼 존의 정규 7집 『Goodbye Yellow Brick Road』는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3천만 장 이상이 판매되어 엘튼 존의 앨범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Goodbye Yellow Brick Road”는 엘튼 존을 전 세계적인 가수로 만든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영국 런던 출신의 엘튼 존처럼 피아노를 기가 막히게 치면서 노래도 잘 부르는 미국 뉴욕 출신의 가수가 꼭 한 달 뒤인 11월 9일 『Piano Man』을 발표했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 “Piano Man” 은 지금은 클래식 반열에 오를 만큼 유명한 노래지만 당시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빌보드 100에서 25위에 올라 빌리 조엘은 팝가수로 탄탄한 입지를 다지게 되지만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고 한다. 

Billy Joel - Piano Man (Official HD Video) - YouTube

(1985년 뒤늦게 촬영한 뮤직 비디오에 헐리우드 배우 토미 리 존스도 등장한다.)


“Piano Man”은 빌리 조엘이 음반사와의 갈등으로 뉴욕을 떠나 LA로 가서 생계를 위해 바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일할 때 만난 손님들과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진솔하고 자전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하모니카 인트로에 이어지는 담담하게 말하듯 노래하는 빌리 조엘의 보컬과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가 휘몰아치는 후렴부가 감동적이다. 


이 곡 역시 국내 광고음악으로 상당히 많이 사용되었으며 KT와 SK텔레콤 등의 CM송으로 익숙하다. 50년이나 된 노래지만 최첨단 전자기기와 통신사 광고에 쓰일 만큼 언제 들어도 유행과 상관없이 누가 들어도 아름다운 곡이기 때문이다.


엘튼 존과 빌리 조엘은 나중에 협연도 많이 했고 90년대 중반부터 투어를 같이 하기도 했다. 7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두 명의 가수가 이제 70대가 되어 예전만큼 카랑카랑한 노래를 하지 못한다는 게 슬프고 아쉽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위대한 뮤지션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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