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요리’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면 요리가 쉬워요
1인 가구 관련 채널을 보면 혼자 살면 외식이 더 싸게 먹힌다, 요리를 해 먹는 게 돈이 더 든다, 버리는 게 더 많다… 등등의 조언을 흔히 본다. 글쎄, 솔직히 귀찮아서 그렇지 외식보다 집에서 해 먹는 음식 비용이 더 많이 드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물론 혼자 요리를 하면서 재료를 남기지 않고 모두 소진하려면 약간의 계획이 필요하긴 하다. 배달앱이라는 걸 다운로드해 본 적 없이 가능하면 요리를 해서 끼니를 준비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냉장고를 맹신하지 않는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가능하면 50% 이상 채우지 않으려고 한다. 저렴하면 일단 사고 보는 쇼핑 습관은 버리는 게 좋다. 마트에서 1+1 상품이나 저렴한 떨이상품의 유혹에서 벗어나 모든 식재료는 1주일 단위로 먹을 수 있는 만큼만 구입하고 반드시 모두 소진한 후 구입하는 습관을 들인다. 냉장고에 쟁여놓으면 언젠가 먹을 텐데(특히 냉동제품은 쌓아놓다 보면 냉동실에 있는 걸 홀랑 까먹고 또 사는 경우도 있다.) 생각하지만 혼자는 그리 많이 먹게 되지 않는다.
둘째, 육류는 가공식품보다 정육 제품으로 구입한다. 혼자 살다 보면 소비기한이 짧은 육류보다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햄, 소시지, 통조림 등이 부담 없어 손이 가기 마련이다. 가공식품은 건강에 해로운 데다가 심지어 비싸다. 온갖 첨가물이 함유된 햄, 소시지 500g 정도면 7천 원 이상인데 돼지고기 뒷다리살이라면 비슷한 가격, 혹은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구이가 아니라 반찬으로 먹는다면 한 끼에 100~150g 먹는데 남는 것은 소분해서 냉동보관하면 2~3번 더 먹을 수 있다.
*돼지고기라면 목살, 삼겹살 위주로 사기 쉬운데 저렴하고 활용하기 좋은 부위는 돼지갈비나 등갈비다. 마트에서 1~1.5kg 정도 구입하면 1만 5천 원~2만 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양념해서 돼지갈비찜? 구이? 귀찮다, 나도 그런 걸 해본 적 없다. 마늘, 통후추, 무 넣고 푹 끓여서 수육처럼 먹기도 하고, 국물도 활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한번 끓인 돼지갈비를 에어프라이어에 10~20분 정도 돌려주면 그럴듯한 돼지갈비구이가 된다.
셋째, 채소는 오래 보관이 가능한 단단한 것들 위주로 구입한다. 보통 당근, 오이, 파프리카, 양배추, 양파 등 기본 채소가 요리에 활용하기도 좋고 비교적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그래도 무작정 냉장고에 넣어두지 말고 상태를 봐가면서 시들해지는 듯하면 피클을 만든다. 재료를 썰어 유리병에 넣고 물, 식초, 설탕을 1:1:1 비율로 끓여서 식힌 것을 부어준다. 이렇게 만든 피클은 김치 대용으로 먹거나, 치킨이나 돈가스 등 기름진 음식 먹을 때, 샐러드 만들 때 활용하면 된다.
레시피에 의존해서 완벽한 ‘요리’를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유튜브 요리채널에서 소개하는 온갖 재료를 다 준비해서 레시피대로 요리할 필요는 없다. 양념이나 향신료를 구색에 맞게 갖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일수록 레시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저 건강한 한 끼 밥상 차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간단하게라도 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와 맛 내는 요령이 생긴다. 매 끼니 찌개와 국을 끓일 필요도 없다. (찌개와 국이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하지 않나.) 간단히 채소비빔밥을 해도 좋고, 카레라이스를 해도 좋다. 메인 요리 한 가지만 하고, 나머지는 채소무침 하나 곁들여도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처음부터 매 끼니 요리를 해 먹으려고 생각하면 지칠 수 있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샐러드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다. 오이, 당근, 파프리카, 양배추, 토마토 등에 삶은 달걀, 닭가슴살, 두부 등 단백질 재료를 그때그때 섞으면 된다. 달콤한 맛을 더하려면 사과, 키위, 바나나 같은 과일을 곁들인다. 이 정도면 아침 식사로도 좋고 밤에 출출할 때 야식 대신으로도 좋다. 올리브, 견과류, 베리류 등등을 넣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드레싱은 따로 사지 않고, 요거트를 쓰는 것이 부담이 없다.
물론 요리 초보라면 이런 것들도 버겁고, 어렵고, 귀찮을 수 있다. 하지만 내 입맛에 맞고, 내가 맛있게 즐기면 그게 바로 요리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위에 언급한 것 중 한가지 정도는 시도해볼 수는 있지 않을까.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