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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ug 07. 2023

마라탕에 중독된 입맛에 SOS

마음을 편안하게 풀어줄 수 있는 음식

싱가포르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 종종 먹었던 음식이 훠궈(Hot Pot)였다. 육수를 끓이면서 채소, 고기, 해물, 어묵 등등 다양한 재료를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요리인데 일본의 샤브샤브나 태국의 수끼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기본적인 순한 맛과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맛 두 가지를 동시에 끓이면서 입맛에 따라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는 늘 매운 국물을 공략했기 때문에 먹고 나면 속이 말이 아니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나는 열도의 나라 싱가포르에서 펄펄 끓는 매운 국물요리를 먹으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건 기본이고, 온몸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나기 일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열치열이 지나치는 선택이었지만, 그 매운맛의 중독성 때문에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즐기는 메뉴였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훠궈의 매운 국물과 유사한 마라탕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조선족이 모여 사는 대림동에서 중국인과 유학생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마라탕 전문음식점에 유행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났고 어느덧 마라탕 음식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심지어 대형 식품 기업에서조차 마라 소스를 활용한 인스턴트식품을 선보일 정도로 마라탕의 인기는 생각보다 견고한 듯하다. 


불닭볶음면이라는 극강의 매운 라면이 크게 인기를 끌었던 것을 생각하면 마라탕의 인기도 수긍할 만하다. 문제는 강렬한 매운맛을 내기 위해 강한 향신료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식약처 위생점검 시 마라탕 음식점은 물론 재료 공급업체들도 무더기로 적발될 정도로 위생상태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마라탕의 강렬한 매운맛 때문에 채소, 고기, 해물 등의 신선도와 위생 상태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을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한국사람 수준으로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지만 요즘 2030들의 매운 음식 사랑은 조금 걱정된다. 매운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식습관은 건강에 좋지 않다. 마라탕의 시고 매운맛을 내는 초피, 팔각, 정향, 회향 등은 많이 먹으면 배탈과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마라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먹을 정도라니 위장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맵고, 짜고, 단 양념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감추는 음식에 길들여지면 점점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바쁜 일상에 시달리고, 심신이 지쳐있을 때 입맛을 어지럽히는 양념으로 범벅이 된 음식으로 위안을 찾는 습관 대신 담백하고 구수한 음식으로 속을 달래 보는 것도 시도해봤으면 한다. 고소한 병아리콩 수프, 폭신한 달걀찜, 구수한 누룽지탕 같은 음식 말이다. 뱃속이 편안해지면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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