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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ug 11. 2023

당신이 ‘칠 수 있는 것’만 노려라.

모두가 홈런타자가 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

흔히 ‘야구’를 인생과 비유하는 온갖 명언과 비유가 있지만 거창한 문구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1965년 월드 시리즈 우승멤버인 LA 다저스의 론 페얼리는 이런 말을 했다.


“자기가 치지도 못할 공을 굳이 기다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나는 그런 선수들을 숱하게 보아 왔다. 자기가 때릴 수 있는 것에만 대비하는 게 좋다. 놀란 라이언의 빠른 안쪽 직구를 도저히 쳐내지 못할 타자라면 거기에 미리 대비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 건 그냥 버려야 한다. 당신이 노리는 것은 투수가 당신에게 던지고 싶지 않은 그 어떤 것이리라. 그러니까 당신은 투수가 실투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투수가 실투했다 하더라도 그 실투가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종류이거나 좋아하지 않는 지역으로 날아왔다면 어차피 때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자기에게 이롭지 않은 것은 설사 제대로 짚고 있었다 하더라도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당신이 ‘칠 수 있는 것’만 노려라.”


뉴욕 양키스에서 월드 시리즈 5연패를 포함 7번의 우승을 한 케이시 스텡걸 감독 역시 비슷한 맥락의 말을 남겼다.

“그들은(실력이 없는 건 인정하지 않고) 자기가 운이 나쁜 줄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평생 불운을 면치 못할 것이다.”


승부처에 들어선 타자들이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의 욕심을 통제하는 것이다. 야구의 꽃이 홈런이라고 하지만 홈런을 펑펑 쳐낼 능력을 가진 타자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모하게 큰 스윙만 하다가 모처럼 맞이한 기회를 무산시키는 타자들을 수없이 본다. 모든 타자들이 최정처럼 홈런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타자로서 자기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 투수의 허점을 노려서 승부할 줄 알아야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

올시즌 LG 트윈스의 테이블 세터 홍창기와 문성주가 바로 그런 승부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다. 홍창기는 모든 야수들 중 승리기여도가 전체 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96경기를 치르기까지 홈런이 0개다. 문성주 역시 홈런은 2개뿐이다. 하지만 홍창기는 타율. 326 출루율. 446을, 문성주는 타율. 307 출루율. 396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출루머신으로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화려한 장타를 노리기보다 철저하게 치지 못할 공은 버리고, 칠만한 공만 노려서 안타를 만들고 볼넷을 얻어내는 ‘출루’라는 최고의 카드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줄 아는 선수들이다.


인생을 살아갈 때도 이런 전략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의 내공과 실력은 생각하지 않고 허황된 목표를 세워봐야 택도 없는 헛스윙만 할 뿐이다. 야구에서 타자는 스트라이크를 3번 당하면 아웃이 돼서 타석에서 물러나야 하듯 인생에서 도전의 기회도 무한정 주어지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고, 능력을 적절히 발휘한다면 주어진 기회에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안타들로 우리의 인생은 빛날 수 있다.


*참고 『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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