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Aug 24. 2023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인간

무법자는 제재하지 않으면 점점 늘어나기 마련인 것을...

보통 사람들에 비해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편이라 쓰레기 버리는데 크게 죄책감도 없고, 쓰레기를 더 줄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쓰레기를 버리는 날짜를 탁상달력에 기록하면서 알게 된 내가 쓰레기를 배출하는 주기는 대체로 한 달에 두어 번 일반쓰레기 10ℓ와 음식물 쓰레기 2ℓ 뿐이다. 종이, 플라스틱, 스티로폼, 폐비닐 배출은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아서 배출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게 습관이 된 것은 환경보호를 위해서라기보다 귀차니즘이 더 큰 이유다.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게 너무 귀찮기 때문에 최대한 그 주기라도 띄엄띄엄하고 싶어서였다. 어머니는 테이프로 누더기로 보강공사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최대한 종량제봉투를 꽉꽉 채워서 내놓으셨고, 재활용 쓰레기도 각 잡아서 깔끔하게 내놓곤 하셨다. 나 역시 보고 배운 대로 정리배〮출하는 습관이 되었을 뿐이다.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일이 귀찮긴 하지만 청소를 한 것과 비슷하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건전지나 아이스팩(재활용불가)도 행정복지센터 수거함에 가서 버릴 정도로 철저한 분리수거를 실천하는 내게도 골치 아픈 것들이 있었으니 생각보다 비닐류가 엄청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면 어느새 비닐이 한 무더기 모이고, 나중에 쓸데가 있으려니 모아두다 보면 금세 엄청난 양이 쌓이게 된다. 지금은 라면을 거의 먹지 않으니 라면봉지 홍수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과자나 아이스크림 봉지는 엄청 쏟아진다. 이것들을 모아서 폐비닐 배출일에 내놓는다.

잊어버릴만하면 한 번씩 빌라 입구에 쓰레기를 투기하는 몰상식한 사람이 있는데 매번 행태가 비슷한 걸 보면 동일인이라고 추정된다. 처음 본건 자기가 뭘 먹었는지 메뉴를 공개하는 음식물 쓰레기 투기 더니, 인형이나 쿠션을 그냥 던져놓을 때도 있고, 아이스박스, 모니터나 키보드도 그냥 마구 투기한다. 환경미화원들과 기싸움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무가내로 버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도 안 차는데 구청에 문의해도 건물주가 CCTV를 설치하는 방법밖에 대책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종량제 봉투값이 아까워서인지, 그냥 내다 버려도 어차피 치워줄 텐데 하는 심보인지, 배부르게 욕먹고 장수하고 싶어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쓰레기 투기가 반복되는 것을 볼 때마다 차곡차곡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해서 배출하는 스스로가 고지식한 건가 싶어 허탈해진다. 공동체 의식을 저버린 일부 사람들의 이기적인 행태는 공공질서와 규칙을 지키려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비웃는 듯해서 더욱 불쾌하다. 무법자들에게 정당한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그 수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걸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비겁한 범죄자의 최후진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