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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ug 23. 2023

비겁한 범죄자의 최후진술

육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만들었다고?

올시즌 프로야구도 100경기를 넘겨 이제 40경기 안팎으로 남겨두고 막판 순위싸움이 치열하다. 프로야구팬들이 기대를 품고 시즌을 기다려왔던 3월, 야구팬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는데 KIA 타이거즈 장정석 단장이 FA 계약을 앞둔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했던 것과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장정석 단장 사건도 실망스러웠지만 고작 23살밖에 되지 않은 전도유망한 젊은 선수가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찍어 전송하도록 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제작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서준원은 경남고등학교 시절 ‘에이스’였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롯데 자이언츠의 1차 지명을 받을 정도로 투수로서 뛰어난 능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은 선수였다.


고교시절 명성에 비해 프로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사생활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었지만 결국 결혼하고, 아이까지 출산해서 아빠가 되어 야구선수로 활약할 것만 기대해 왔었다. 야구팬들이 흔히 말하는 ‘분유버프’(가장이 되면 책임감이 무거워져서 성적을 내기 시작한다는 뜻)를 기대했지만 결국 자기 관리 실패보다 더 심각한 미성년자 상대로 성범죄까지 저질러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되었다. 


올시즌 서준원에게 큰 기대를 했던 롯데 자이언츠 구단과 팬들은 물론 프로야구팬 전체는 선수가 저지른 범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6개월여 시간이 흘러 오늘 결심 공판 결과가 공개되었다. 부산지검은 서준원에게 징역 6년과 일부 중죄에 대한 몰수, 수강이수명령, 공개고지, 취업제한 명령 7년을 구형했다. 구형 내용만 보더라도 서준원의 범죄가 얼마나 죄질이 불량하고, 중한 범죄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서준원의 최후진술 내용을 보고, 한번 더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법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중범죄를 저지르고 아직도 본인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른 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구단 내에서의 엄격한 생활 통제와 육아로 쌓인 스트레스를 삐뚤어진 방법으로 풀려고 했던 저 자신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미성년자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변명이 결국 야구 탓, 자식 탓이란 말인가. 비겁하고 구차하기 짝이 없다. ‘육아보다 야구가 수월하다’고 야구선수들이 농담을 하곤 하지만 프로야구 시즌이 육아 스트레스를 운운할 정도로 여유있게 운영되는가?  4월부터 10월까지 시즌 중에는 전국을 이동하면서 주 6일 경기를 하고, 비시즌이라고 해도 스프링캠프로 2~3개월간은 꼬박 집을 떠나 있는 생활이라는 걸 모두가 아는데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 것이지, 육아 스트레스라니…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리는 것처럼 일부 선수들이 몰상식하고 무책임한 비행을 저지를 때마다 열심히 땀 흘리는 동료선수들까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받는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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