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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ug 20. 2023

혈관이 꽉 막히는 일요일 브런치

짜고 달고 기름진 것들로만 구성된 식사라니…

보통 아점으로 달걀 샐러드, 미숫가루빵, 무가당두유로 먹다가 오늘은 식사 준비가 귀찮아져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봤다. 단골 빵집, 베이글집 모두 문을 닫아서 오랜만에 바게트  카페에 들어가 보았다. 맛은 보장인데 가격이 비싸서 자주 가지 않지만 사장님의 친절함에 분기에 한 번은 들르게 되는 곳이다.


메뉴를 들여다보다가 오랜만에 잠봉뵈르 샌드위치가 먹고 싶은데 그래도 풀떼기는 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잠봉뵈르 샌드위치 플래터를 주문했다. 잠시 후 서빙된 비주얼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잠봉뵈르 샌드위치 옆에 달걀프라이 2개, 구운 소시지와 베이컨, 베이크드빈즈… 심지어 몇 조각의 피클도 없이 조금의 초록빛도 허락하지 않은 접시를 보고 아,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그래도 입에 들어가기 시작하니 너무 맛있는 거다.


혈관이 막히고 뱃속이 무두룩해지는 기분이지만 청량한 사과주스로 달래 가며 천천히 먹었다. 이렇게 짜고 달고 기름진 것들로만 구성된 아침을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 거의 1년 반 전인 듯하다. 찾아보니 2021년 11월 7일에 브런치 카페에서 먹은 사진이 있다. 암튼 본의 아니게 기름기 가득한 브런치를 먹으니 얼른 혈관 청소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집에 돌아와서 계속 물과 풀을 번갈아 먹고 있다.

2021년 11월 7일에 먹었던 슈거파우더까지 듬뿍 뿌려진 브런치

기름진 메뉴를 자제하게 된 이유는 식사량이 줄어든 것도 있지만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담낭에 돌이 있다는 소견을 듣고부터다. 처음 발견했을 때 담당의사는 담낭제거수술을 권했지만, 통증이나 소화불량 증세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1년에 한 번씩 검진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복강경으로 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는 하지만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가능한 피하고 싶었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식사는 충분히 조절가능하다 싶어서였다.


위도 작고, 담낭에 돌도 있지만 소화력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게 태어나서 지금까지 소화제를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과식하는 식습관이 없다. 아무리 맛있어도 정량보다 많이 먹지 않고, 디저트를 좋아한다지만 스콘이나 케이크 한 조각을 한 번에 먹지 않고, 1/4씩 잘라먹는 정도라 그런지 과체중이지만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은 정상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평소 식사와 사뭇 다른 오늘 같은 식사를 하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다.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아닌데 일요일 아침 기분을 냈는지 후회만 남는다. 오늘은 스텝퍼를 한 시간 이상 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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