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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Aug 27. 2023

신보다 인간에 가까운 이야기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소설가, 번역가, 신화학자… 이윤기를 지칭하는 여러 가지 명칭이다. 재능과 열정을 모두 지닌 이윤기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3년이나 되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누구보다 맛깔나게 풀어낸 『그리스 로마 신화』로 명성을 얻은 선생이지만 1977년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하얀 헬리콥터』로 중앙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한 소설가이다. 


또한 『장미의 이름』『푸코의 진자』등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번역하여 국내에 알린 번역가이기도 하다. 2000년 오랫동안 천착해온 신화의 세계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편찬한 『그리스 로마 신화』 를 발표하여 23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니 일반독자들에게는 신화학자로 친숙해졌다.

비너스와 아도니스_파울로 칼리아리. 1580

학창 시절 제우스, 헤라, 아프로디테, 에로스, 포세이돈…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하면서 복잡다단한 근친혼, 황소나 양을 사랑하거나, 심지어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저주를 받는 이야기에 서양인들의 난잡한 상상력에 고개를 가로저었던 경험이 있다.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읽히기 겁날 지경이라는 어른들도 상당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신화학자 이윤기는 뻔뻔함(?) 이 가득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우리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제쳐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귀중한 텍스트임을 독자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도덕이나 윤리가 자리 잡기 이전의 이야기, 머나먼 서양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신화와도 너무나 닮은 이야기, 그러기에 우리와는 상관없는 “서양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더 넓은 범주인 “인간”과 “인류”에 대한 이야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페르세우스와 고르곤_까미유 끌로델. 1897

이렇게 보면, 생로병사와 사랑에 대한 폭넓은 주제를 아우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조금은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수많은 신들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를 제공해 주고, 사랑 이야기로 독자의 눈을 빛나게 하며, 신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함으로써 인간의 도리와 삶의 지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신화를 배경으로 삼은 아름다운 명화와 조각, 유적지의 모습은 길고 복잡한 신들의 이름만 나열되는 여타의 저작들과는 차별을 두며 읽고 보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또한 작가는 우리 삶의 모습과 닮아있는 신화 속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안타까운 탄식을 감추지 않는 솔직함으로 독자를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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