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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Sep 03. 2023

추리소설에 빠져들게 한 그녀

그 많은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이 해적판이었다니…

글쓰기, 소설에 관해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를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시절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 계몽사 세계명작동화 같은 전집류나 아버지께서 가지고 있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을 만큼 책 읽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읽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집에 굴러다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으면서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고, 최초로 소설을 쓴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연이어 『쥐덫』『오리엔트 특급살인』『나일강의 죽음』 등을 읽고 애거서 크리스티는 천재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이 들었고 한동안 추리소설을 꽤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동심 가득한 동화책을 읽을 시기에 추리소설에 푹 빠졌던 것이다.


사실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장르를 꼽자면 ‘추리소설’이긴 하다. 애드가 앨런포우, 레이먼드 챈들러, 마츠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등 유명한 추리소설을 대부분 섭렵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살짝 괴짜기가 있는 주인공과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흡입력,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게 하는 기대감 등이 우리가 추리소설에 빠져드는 이유일 것이다. 


영화채널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최신 드라마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를 보면서 오래전 영화나 드라마로 봤던 그녀의 소설들이 생각났다. 원작이 워낙 훌륭한 데다가 영상으로 옮기기에 꼭 알맞은 구성이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역시 가슴 졸이면서 소설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맛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 연출한 휴 로리

<왜 에번스를 부르지 않았지?>는 미국 드라마 <닥터 하우스>로 유명한 휴 로리가 연출해서 눈길을 끄는데 닥터 니콜슨 역으로 출연해서 특유의 냉소적이고 신경질의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했다. 우연히 절벽에서 추락해서 죽은 남자를 보게 된 보비 존스는 어릴 적 동네 친구였던 프랭키(루시 보인턴)와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 위해 다소 무모한 작전을 진행한다. 남사친여사친 추리 커플이라니… 1934년작이라는 걸 생각하면 꽤 파격적인 설정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답게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란 게 밝혀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까지 악인의 본색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끝을 맺는다. 드라마를 보니 원작소설은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궁금해져서 지금 읽는 책을 다 읽으면 바로 읽어볼까 싶은 마음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긴 했어도 어린 시절부터 85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 비교적 풍족하고 평탄하게 세상을 살아왔다. 역사상 가장 많은 소설을 출판한 작가로 기록될 만큼(44개 언어로 20억 부 이상이 팔렸다고 기네스북에 등재. 2020) 다작을 했음에도 작품이 하나같이 뛰어나다. 평생 작가로서 명성을 누릴 만큼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부러운 사람이기도 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출중한 능력은 그녀의 소설이 출판된 지 100년이 지났어도 애거서 크리스티는 여전히 추리소설의 대명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해문출판사에서 출판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을 포함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80권을 발행한 해문출판사는 정식 계약 없이 출판을 했다고 한다! 80권을 해적판으로 출판하다니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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