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Sep 06. 2023

편리하지만 믿을 수 없는 세상

범죄에 악용되는 구인구〮직 앱 주의

대학 시절 선물가게 아르바이트를 꽤 오래 한 적이 있다. 학기 중에는 못했지만 방학 때마다 2~3개월씩 꼬박꼬박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사장님이 따뜻하고 인품이 참 좋으셨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취업을 하기 전 용돈이 궁해질 때쯤 전화를 걸어 “사장님, 아르바이트 안 구하세요?” 라는 질문에 “응, 네가 오면 언제나 환영이지.” 웃으면서 대답하시면 다음날부터 아르바이트가 시작되었다. 


사장님 가게에 일자리가 없을 경우에는 다른 가게에 연락을 해서 자리를 마련해 줄 정도였고, 취업해서도 한동안 찾아뵈었으니 5~6년쯤 알고 지냈었는데 사장님이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구미로 내려간 후 연락이 끊겼다. 그 사장님 덕에 나의 아르바이트 생활은 비교적 큰 고생 없이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사장님과 인연이 이어진 건 그저 가게 입구에 “아르바이트 구함”이라고 써붙여놓은 메모를 보고 들어가서 간단한 면접을 본 것이 전부였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는 대체로 그런 식이거나, 가로수라든지, 벼룩시장이라든지 지역신문을 통해 구하는 식이었다.  요즘은 TV 광고까지 하는 유명 구인구〮직 앱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온라인 과외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사건 때문에 사회적인 파장이 일면서 온라인 앱에 대한 경계경보가 발령되었다. 


며칠 전 구인구〮직 앱에 가짜 사장들이 아르바이트를 뽑는다는 허위글을 올려 면접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거나 가게 평판을 망치는데 악용한다는 기사를 보고 믿을 만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싶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미 지난 4월 부산 사하구에서 스터디 카페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온 19살 여학생이 3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정신적 충격으로 자살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온라인앱을 통해 악의를 가진 자들은 면접희망자의 연락처와 사진 등 개인 정보를 쉽게 빼낼 수 있는데 반해 구직자는 업체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것을 악용한 사건이다.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범죄에 취약한 1020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다 보니 강력범죄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서 사업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품 팔지 않고 손쉽게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구인구〮직 앱은 악인들이 활개 치는 범죄도구로 악용의 소지가 있다는 면에서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중고거래앱을 통한 범죄 소식이 들리더니 이젠 구인구〮직 앱을 통한 범죄까지 발생한다니 생활의 편의를 제공하는 각종 앱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고 편리함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조금 느리고 번거롭지만 안심하고 믿을 수 있었던 아날로그 방식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작정하고 덤벼드는 악인들에 대처하는 법과 제도는 답답할 정도로 느리기만 하다. 피해를 면하려면 스스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업체 정보를 재차 검증하고 확인하는 수고는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추리소설에 빠져들게 한 그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