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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Sep 09. 2023

브런치 300일, 300번째 글쓰기

매일매일 조금씩 숙제처럼 해온 시간

작년 11월에 브런치를 시작하고 어제로 300일째, 300번째 글을 올렸다. 오랜만에 글을 쓰기 시작한지라 글의 수준이 어떻든 간에 1년 동안 매일매일 글을 쓰는 걸 목표로 삼았는데 이제 두 달 뒤면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둔 것이다. 폰트 10으로 A4 1장 분량을 쓰는데 대체로 1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하루에 이 1시간 만은 온전히 글을 쓰는데 집중하려고 노력해 왔다. 


처음엔 X세대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한 달 정도 써보니 밑천이 다 떨어져서 쥐어짜야 할 처지가 되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일기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잡문을 쓰게 되었다. 사실 글 쓰는 훈련이라고 생각해서 쓰기 시작한 거라 많은 분들이 읽어주길 바란 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부끄럽기도 했다. 


중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동안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이나, 인간관계를 통해 얻은 경험,  간혹 기막힌 뉴스를 보고 느낀 생각 등을 가감 없이 썼다. 기억에 남는 그림이나 음악, 영화에 대한 글도 썼다. 매일 저녁시간을 규칙적으로 보내게 해 준 프로야구 이야기도 썼다. 정말 온갖 주제의 글을 쓰면서 글쓰기에 대한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독자들이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작가 소개에 아무런 내용을 채우지 않았다. (특별히 채울 내용이 없기도 하지만…) 글을 쓸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자극적인 주제를 선정하거나, 어느 한쪽 시각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했다. 세상 사람 수만큼 생각도 그만큼 다양한 것이고, 그중 한 사람인 내 생각을 쓰는 공간이었기에 ‘설득과 주장’의 색깔을 진하게 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개성 없는 회색분자 같은 글도 꽤 많았으리라. 


사실 내가 지향하는 글은 ‘재미있는 글’이다. 그런데 브런치를 쭈욱 돌아보니 ‘재미있는 글’을 쓰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 이분들 정도는 써야 할 것 같은데 자신이 없었고 주눅이 들기도 했다. 언젠가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 듯하여 그저 훈련 삼아 매일매일 무슨 글이라도 썼다. 365개의 글을 채우면 매일 글쓰기는 중단하고,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는 조금은 정돈된 글을 쓰려고 한다. 


어린 시절 나는 세상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왜 모두 천편일률적인 삶의 지향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까. 자신과 다른 생각에 대해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마음대로 평가하는 것이 몹시 불만이었다. 미래에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해 주는 관대한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대혐오의 시대에 접어든 사회 분위기가 여전히 낯설고, 안타깝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무엇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고, 그저 이런 분위기에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매사 조심하는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다. 어른다운 어른은 점점 사라지고, 어른과 아이가 구분이 없어진 지 오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생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세상에서 과연 나는 어떤 글쓰기를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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