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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Sep 10. 2023

나는 안전하다, 연인이 없어서…

교제폭력 사건 2014년 6,675명에서 2022년 12,841명으로..

인천에서 전 연인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이은총 씨의 오빠 A 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여동생의 이름과 피해내용을 공개했다. A 씨에 따르면 이은총 씨는 7월 17일 오전 6시쯤 거주하고 있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아파트에서 전 남자친구 B 씨가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고, 이 씨의 비명을 듣고 달려와 말리던 어머니까지 칼에 찔려 다쳤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했던 두 사람은 교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B 씨가 결혼을 강요하자 결혼에 실패한 경험이 있던 피해자 이 씨는 거부감을 느꼈고, 수차례 다툼 끝에 이별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B 씨는 이때부터 이 씨를 스토킹 하기 시작했고, 이 씨의 팔에 멍이 들도록 폭행까지 했다.


5월 18일 B 씨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지만 B 씨는 6월 1일 과거 이 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직장과 지인들에게 둘의 관계를 알렸다. 6월 9일 B 씨가 이 씨를 찾아오자 경찰에 신고했고, 접근금지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6월 29일 B 씨의 동선이 확인되는 스마트워치를 경찰에 반납하게 되었고, 이후 7월 17일 이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이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이런 종류의 스토킹과 교제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지난 몇 년간 크게 증가하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제폭력 사건으로 검거된 사례는 2014년 6,675명에서 2022년 12,841명으로 8년 새 거의 두배 정도 급증했다. 교제살인은 젊은 세대에 주로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나이를 분석한 결과 거의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교제살인 피해 여성 107명의 연령을 보면 40대 33명(30.8%), 30대 26명(24.3%), 50대 26명(24.3%), 20대 16명(15.0%), 60대 이상 6명(5.6%)으로 확인되었다. *출처 『헤어지자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판결문에는 항상 이 같은 문장이 나온다. “피해자가 헤어지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헤어진 피해자를 찾아가 대화를 하자고 하였으나 응하지 아니하자… 피해자에게 다시 교제하자고 하였지만 끝내 이를 거절하였고…”


연인의 이상행동에 이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격분해서, 때리고, 죽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안전이별”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더욱 화가 치미는 대목은 교제살인의 피해자들은 모두 사망했기 때문에 그들을 죽인 가해자들의 변명과 핑계만 남아서 그녀들의 억울한 사연은 조용히 묻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15일 인천 중구 덕교도 잠진도 제방에서 아내(30대)를 바다에 빠뜨리고 큰 돌로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쳐서 숨지게 하고 익사로 가장한 남편(30대)이 경찰에 구속되었다. 2020년 결혼 후 몇 개월 되지 않아 외도를 하였고, 이를 아내가 알게 되어 갈등이 시작되었지만 아내가 명품가방을 구입하는 낭비벽에 분노해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인근의 CCTV 영상은 아내를 바다에 빠뜨리고 돌을 던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그날의 진실은 깊은 바닷속에 수장될 뻔 한 사건이다.


남편의 주장대로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이혼을 하면 될 것이지, 굳이 왜 살인을 해야 했을까? 죽은 아내는 어떤 말도 할 수 없고, 아내를 살해한 남편의 입장만 끊임없이 반복 청취해야 하는 재판을 지켜보면서 유가족들은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을 느낄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 남녀는 마음이 맞는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길 원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남녀가 만나서 사귀고, 사랑하는 일이 폭력과 죽음으로 마감된다면 그보다 더 참혹한 만남이 있을까.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기쁘고 설레기보다, 슬프고 두려운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니... 참담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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