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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Sep 24. 2023

서스펜스의 여왕, 대프니 듀 모리에

1938년 이후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레베카』

추석 연휴에 밀린 OTT 정주행을 벼르고 있는 분들이 꽤 있을 텐데 나는 고전영화 삼매경에 빠져있다. 1960년대 영화 위주로 보다가 이제는 1940년대 영화까지 보는데 어쩌면 보는 영화마다 그리 재미있는지 ‘고전’이 괜히 ‘古典’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다. 현대 작가들이 내놓은 기가 막힌 서사도 알고 보면 고전에 빚진 작품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을 묻는다면 머뭇거리지 않고 알프레드 히치콕이라고 답할 정도로 주말의 영화나 명화극장 시절부터 그의 영화를 좋아했다. <로프. 1948>, <이창. 1957>, <현기증. 1959>, <열차 안의 낯선 자들. 1959>,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1960>, <사이코. 1962>, <새. 1966> 등등을 보았지만 <레베카. 1940>를 이제야 보게 되었다.  뮤지컬로 유명해진 “레베카”가 그 레베카였다니…

<하녀. 1960>

영화 <레베카>를 보면서 기시감이 들었던 우리나라 고전 영화가 있으니 김기영 감독의 <하녀. 1960>가 그것이었다. <레베카>를 좀 다른 방식으로 변주해 낸 것 같은 <하녀>의 서스펜스도 대단하지만 <레베카>의 서스펜스는 은근하지만 질식할 것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제목은 ‘레베카’지만 마지막까지 레베카의 실물은 등장하지 않고, 젊고 순수한 드 윈터 부인의 이름 역시 공개되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관객의 호기심을 끝까지 끌고 가는 장치가 된 것이다.

<레베카. 1940>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쓴 사람은 영국의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1907~1989)다. 그녀의 다른 소설 『새』 역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그녀는 1931년 『사랑하는 마음』을 발표한 이래 『자메이카 여인숙. 1936』, 『레베카. 1938』, 『나의 사촌 레이철. 1951』 등 30권이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수많은 작품이 2010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이야기꾼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레베카』는 1938년 8월 발표한 이후,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절판된 적 없는 미스터리의 걸작으로 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베스트셀러이면서 스테디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2006년 오스트리아 극작가 미하엘 쿤체에 의해 뮤지컬로 제작된 이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만큼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명작이 되었다. 

런던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레베카>

인간의 마음을 치밀하게 꿰뚫어 보는 특유의 심리묘사와 독자의 불안과 긴장을 극한까지 지독하게 밀어붙이는 힘 있는 문체는 대중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서스펜스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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