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집에 못 가도 명절 음식이 먹고 싶다면…
엄마 기일이 추석 전날이어서 수목장에 다녀왔다. 먹을 사람이 없으니 음식 장만을 많이 하지 않고 정말 단출하게 준비한다. 동그랑땡과 함께 육전을 조금 부쳤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좋아하셨던 녹두 빈대떡을 부쳤다. 엄마는 생전에 음식 장만할 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손이 잰 편이어서 녹두 빈대떡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휘뚜루마뚜루 금세 부쳐내는 걸 보고 엄마가 감탄하고는 했다.
사실 엄마 방식대로 음식을 준비하는 게 정석이긴 하지만, 성격상 그렇게는 못하고, 음식 준비에 앞서 순서를 정해놓고 후다닥 하면 명절 음식도 2~3시간이면 뚝딱 끝난다.(물론 양이 적어서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 게 제일 큰 이유지만…) 오늘도 오전 10시쯤 장을 보러 나가서 11시쯤 돌아와서 시작하고 음식 준비를 마치니 오후 1시 30분이었다. 물론 녹두는 전날 미리 사다가 불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혼자 어느 정도 먹을지 가늠이 어렵지만 재료를 대충 소개하자면 돼지고기 다짐육 300g(200g 동그랑땡, 100g 녹두전), 두부 150g(1/3모 정도, 이것도 육즙이 풍부한 게 좋다면 두부를 적게 넣으면 된다.), 달걀 1개(동그랑땡 15개 정도 부칠 수 있음), 깐녹두, 숙주나물, 당근, 쪽파, 마늘, 홍고추 약간... 이 정도면 된다. 녹두전에 고사리가 들어가는 게 정석이지만 요즘 고사리 비싼데다가 삶고 불려야하는 과정이 들어가야 한다. 혼자 먹을 목적으로 후다닥 하려면 생략하는 편을 권하고 싶다.
불린 녹두는 물에 여러 번 깨끗이 씻으면서 녹두껍질을 체에 거른다. 녹두껍질을 완벽하게 거를 필요는 없다. 적당히 70~80% 껍질을 걸러낸 녹두는 믹서에 갈아놓는다. 그리고 동그랑땡을 먼저 준비한다. 갈아온 돼지고기 뒷다리살, 꼭 짜놓은 두부, 다진 쪽파와 당근을 섞고, 후추 정도만 넣고, 소금 간은 하지 않는다. 전은 간장에 찍어 먹어야 맛있으니까. 돼지고기에 기름이 많으므로 들기름 같은 것도 넣지 않는다. 먹기 좋게 반죽을 떼어내어 동그랗게 만들되 두툼해야 맛있지만 고기 속이 익을 정도의 두께로 만들어놓고 밀가루를 적당히 묻혀둔다.
여기서 녹두전 반죽을 한다. 갈아놓은 녹두에 갈아놓은 돼지고기, 숙주나물, 다진쪽파와 마늘을 섞어 반죽을 만들어 둔다. 녹두전은 팬에 잘 들러붙어서 부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에그팬을 사용하면 말끔하고 모양 좋게 부칠 수 있다. 시중에 전집에서는 전을 부치는 게 아니라 거의 튀기는 수준으로 기름을 넣어, 기름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전을 부칠 때는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지만 필요 이상으로 넣지 않는다.
하이라이트에서 에그팬으로 녹두전을 천천히 부치는 동안 인덕션에서 프라이팬에 동그랑땡을 빠르게 부친다.
전을 부치는 것도 고기 굽는 것과 비슷한 방법을 써야 한다. 전을 못 부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성격이 급해서인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여러 번 뒤집는데 이렇게 하면 모양도 흐트러지고 맛도 없다. 동그랑땡 반죽에 달걀물이 골고루 스며들게 달걀물을 여러 번 뒤집어서 입히는 게 좋지만 프라이팬에 구울 때는 양면 딱 두 번만 뒤집는다. 이 전 뒤집는 타이밍이 전의 맛을 살리는 기술의 전부가 아닐까 싶다.
동그랑땡의 한 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녹두전 위에 썰어놓은 홍고추를 올린 후 한 번에 뒤집어 준다. 녹두 반죽은 물기가 많아서 빈대떡 모양이 흐트러지고 프라이팬에 들러붙어서 예쁜 모양으로 부치기 참 힘들었는데 에그팬으로 부치니 일정한 모양으로 예쁘게 완성할 수 있다. 그렇게 녹두전을 뒤집고 난 후 동그랑땡을 뒤집어주면 타이밍이 딱이다. 유산지에 완성된 전을 올려 기름이 적당히 빠지게 둔다.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지만, 녹두전은 식어도 참 맛있다. 혼자 전 부치기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