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한국 야구의 미래를 만나다
스포츠에 특별히 관심이 없어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시즌이 되면 빠짐없이 시청하면서 열심히 응원하게 된다. 스스로 애국심이라든지 국뽕이라든지 그런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국가대항전을 시청할 때는 일반 경기들과는 몰입도의 차원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대표팀 소집할 때마다 팀별 안배와 병역 혜택으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야구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선수 선발하면서도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6월 발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최종 명단 24명은 대표팀 세대교체를 명목으로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25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하였다. 그동안 고인 물 그 자체였던 야구 대표팀의 세대교체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었지만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활약이 기대되었던 투타의 큰 기둥인 구창모, 이정후 두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데다가 소집 하루 전 이의리마저 교체되면서 이번 대회 전망은 어둡기만 했다.
게다가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까지 소집해서 최강 전력을 꾸려 오랜 기간 합숙훈련까지 했을 정도로 이번 대회에 사활을 걸고 뛰어든 대만은 가장 유력한 경계대상이었다. 대만은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 리그(1:2 패), 2019 프리미어 12 슈퍼 라운드 (0:7 패)에 이어 이번 대회 조별리그(0:4 패)까지 3연패 중이어서 금메달 도전에 적신호가 켜진 우리 대표팀은 예선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결승에서 다시 대만과 맞붙어 설욕을 노렸다.
7일 저녁 7시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서 펼쳐진 결승전에서 본선라운드 대결에서 4이닝 2 실점으로 패한 영건 문동주가 다시 선발 투수로 올라 6이닝 7 삼진 3피 안타 무실점으로 쾌투를 선보이며 대만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대표팀은 2회 초 문보경의 2루타와 김형준과 김성윤의 연속 안타와 폭투로 2 득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최지민-박영현-고우석으로 이어진 불펜진이 끝까지 실점하지 않고 2:0 승리를 거두며 2010 광저우 대회 이후 아시안게임 4연패를 이어가게 되었다.
9회 말 첫 타자를 1루 뜬 공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지만 이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1사 1-2루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대만의 우녜딩의 빗맞은 타구는 2루 김혜성에게 향했고, 2루로 뛰던 주자를 직접 태그 하고, 바로 1루로 공을 던져 병살타를 만들어내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완성되며 우승을 확정하였다. 스무 살에 대표팀에 합류한 문동주, 최지민, 박영현, 윤동희, 김주원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으로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스스로 실력을 증명한 것은 더욱 뜻깊은 성과였다.
병살!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금메달!
중계진의 샤우팅이 터지는 순간, 두근두근 지켜보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KBO리그의 미래가 될 선수들의 활약으로 더욱 흐뭇하게 지켜봤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