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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ary Oct 25. 2023

경축! 포인세티아 부활

붉은 잎이면 어떻고, 푸른 잎이면 어떠랴.

집에 있는 화분 중 가장 오래된 것이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포인세티아다. 2020년 11월에 붉은 잎을 자랑하던 포인세티아가 잎을 다 떨구고 난 후 2년 연속 9월이 되면 두 달 동안 햇빛을 차단하면서 다시 붉은 잎을 보려는 시도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건강하게 3년째 푸른 잎을 보여주는 포인세티아도 여간 기특한 게 아니라 주의하면서 보살폈지만 가지가 뻗어나가고 왕성하게 크더니 어느 순간부터 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 하나만 남았다. 그래도 애지중지하면서 잘 돌봤는데 비 오는 날 방안에 널어놓은 빨래가 하필 포인세티아 화분으로 툭 떨어지면서 가지가 부러져버렸다.


아, 이걸 어떻게 되살리지 싶었는데 급한 대로 부러진 가지는 물꽂이를 하고, 화분에 볼품없이 남은 포인세티아를 어떻게든 되살리려고 물도 부지런히 주고, 햇빛도 열심히 쬐어주었더니… 세상에 일주일 만에 앙증맞은 새잎이 돋아난 것이 아닌가! 어찌나 기쁘던지… 그렇지 않아도 잎을 계속 떨궈서 모양이 없었는데 조그만 나무에 새잎이 여러 장 겹쳐 나오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가지치기 효과로 이 모양대로 잘 키우면 풍성한 포인세티아 수형을 만들 수 있겠다 싶어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크리스마스 한 때 붉은 잎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포인세티아는 보통 겨울 동안 붉은 잎을 떨구기 시작하고 푸른 잎도 다 떨구고 난 후 생명을 다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들었다. 멕시코가 원산지라 겨울나기가 힘든 식물인데 3년째 건재한 내 포인세티아를 보고 단골 화원 사장님이 신기해하시길래 이 화분만은 오래오래 옆에 두고 싶었다. 


포인세티아의 붉은 잎 만들기는 일반 가정에서는 어지간히 공을 들여도 힘든 것 같아 크리스마스 시즌의 붉은 잎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지난 3년 동안 힘든 시기에 이 포인세티아를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많이 받았던지라 이제는 붉은 잎이든, 푸른 잎이든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최애 식물로 그저 항상 옆에 머물러주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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