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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마루

애완동물과 반려동물의 차이를 만드는 건 사람

by Rosary

살아오면서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동시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들고 집에 와서 엄마를 기함하게 한 경험이 한두 번 있을 정도로 어린이라면 동물을 좋아하기 마련이지만 어린 시절조차 그런 기억이 없다. 철이 들면서는 짧은 생애를 살다가는 동물과의 이별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키워보겠다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뒤늦게 식물 키우는데 재미를 붙인 후 몇 년 동안 키우던 화분이 시들시들해져 생명을 다해서 치울 때에도 마음이 영 좋지 않은 경험을 하면서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낸 후 공허함과 그리움은 견디기 어렵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동물을 무서워한다거나 싫어하는 건 아니어서 처음 접하는 동물들과 금방 가까워지는 사교성은 있는 편이다. 책장을 맞추기 위해 찾은 동네 목공방에서 키우는 반려견 ‘마루’를 처음 만났을 때 어찌나 맹렬하게 짖어대는지 귀여운 비숑이었음에도 들어서기 꺼려질 정도로 낯가림이 있었다. 공방 주인과 동갑인 데다가 마음이 잘 통해서 친구가 된 지 어느새 4년이 넘었다. 자주 공방을 찾다 보니 마루도 나만 가면 달려와서 뒹굴고, 비비고 난리가 날 만큼 친숙해졌다.


이웃집 마루는 어찌나 과격하게 애정표현을 하는지 한 번도 동물을 키운 적 없는 나도 무장해제가 되어 녀석의 사랑을 만끽한다. 마루가 넘치게 애정표현을 해도 건성으로 응해주곤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컨디션을 알아챌 정도로 친밀해졌고 이제는 공방 주인장을 만나러 가는지 마루를 만나러 가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정이 흠뻑 들어버렸다. 이웃집 마루에게 정이 들면서 슬슬 걱정도 올라온다.


마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아홉 살이었지만 어느새 열세 살 노견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들의 성화로 얼떨결에 키우게 되어 마루가 두 살이 되었을 때까지 제대로 눈도 맞추지 않았을 정도로 개를 싫어했다는 친구지만 지금은 언젠가 다가올 이별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벌써부터 걱정이 한가득이다.


1인가구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외로움을 나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데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애완(愛玩) 동물이라는 명칭은 반려(伴侶) 동물로 바뀌었지만 심심함을 덜어주는 장난감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년 통계에 의하면 여전히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해마다 12만 마리 정도라고 하는데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버릴 수 있을까 싶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야 하지만 동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도 신중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1인가구가 많이 사는 동네에 살다 보니 동물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아님에도 몇 시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하루 종일 방치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지인에 따르면 노견이 아니더라도 견종에 따라서는 유전성 질병이 흔하고 비용도 상당히 발생하는데 비용 감당이 안되어 보호자가 잠수를 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자신 없다면 이웃집 마루와 교감하는 걸로 만족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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