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를 빙자한 노골적인 암표 거래에도 수수방관하는 KBO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흥행신화를 썼던 한국 프로야구(KBO리그)가 올해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18일 역대 최소 230경기 만에 400만 관중을 달성한 KBO리그는 5월 25일 기준 4백5십만 명에 근접한 관중수를 기록하며 작년 흥행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신구장 대전한화생명볼파크는 어제까지 무려 21경기 연속 홈경기 매진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흥행 열풍을 이끌고 있다. 오랫동안 하위권에 처져있었던 인기팀 한화 이글스(2위)와 롯데 자이언츠(3위)가 선두다툼을 벌일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데다가 5팀이 중위권에서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면서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심지어 안타까운 사망사고로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하는 NC 다이노스, 최저 승률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경기에도 관중들이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야구장에 직접 찾아가서 관람하고 싶은 팬들도 늘어나서 입장권 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까닭에 야구장 직관팬들은 2030들로 채워지고 있고, 직관은 일찌감치 포기한 중장년 야구팬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직관이 하늘에 별따기가 되고 있는 현실인데 암표 매매는 근절되기는커녕 노골적으로 이루어져 눈살이 찌푸려진다.
예전에는 야구장 앞에서 “표 구해요?” 물어보면서 입장권을 판매하는 나이 지긋한 암표상들이 주를 이뤘던 반면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된 요즘에는 특정 사이트에서 어떻게 구했는지 모를 입장권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걸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티켓중개거래 플랫폼”이라는 명목으로 입장권이 몇 배 더 비싼 가격에 버젓이 거래되고 있는 걸 보면서 야구팬들은 허탈하기만 하다. 어떤 경로를 통하는지 알 수 없지만 업자들은 구하기 어려운 티켓을 수백 장, 수천 장씩 확보해서 “양도”라는 명목으로 3~4배 비싼 가격을 책정하고, 야구를 꼭 보고 싶은 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입장권을 구입하는 것이 현실인데 정작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는 관중수를 흐뭇하게 헤아릴 뿐 수수방관하고 있다.
프로야구 흥행으로 인해 달콤한 열매만 따먹을 생각보다는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정당하게 입장권을 구입해서 볼 권리를 보호하고 지원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KBO가 존재하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평일이나 주말 할 것 없이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는 팬들의 불만은 커져가는데 언제까지 암표로 배 불리는 업자들을 손 놓고 구경만 할 것인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