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를 맛있게 먹은 것까지는 좋았으나…
언젠가부터 외식으로 거의 선택하지 않는 메뉴가 피자다. 여러 사람이 먹기에는 괜찮지만 혼자 먹기에는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메뉴가 피자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5월 말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피자가 먹고 싶어서 동네에서 봐둔 피자집에서 무려 3년 만에 피자를 사 먹었다. 그동안 먹었던 피자에 비해 맛있고, 가격도 저렴해서 가끔 먹어야겠다 생각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사건은 몇 주 후 생각지도 못하게 발생했다.
피자 포장할 때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 주는 핀을 바로 버렸으면 되었을 텐데 유튜브에서 활용팁을 보고 어디 써먹어야겠다 싶어서 그냥 거실 구석에 방치해 두었던 게 화근이었다. 볼 때마다 저렇게 두다가 내가 밟겠다 싶으면서도 치우지 않다가 지난 금요일 밤 일이 생겼다. 모든 일들은 그냥 홀린 듯 벌어졌다. 저녁 무렵에 갑자기 출출해서 편의점에 가서 간식거리를 사 왔는데 갑자기 다용도실에 세탁하고 널어둔 티셔츠가 생각나서 가져오다가 구석에 오도카니 서있던 피자 고정핀을 밟아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아픈 것도 아픈 것이었지만 생각보다 피가 너무 많이 나서 당황했다. 끝이 그렇게 뾰족해 보이지도 않고 소재가 플라스틱인데 선혈이 뚝뚝 흐르고 순식간에 거실바닥은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십수 년 전에 강화유리가 깨지면서 유리조각이 팔꿈치를 찔렀을 때보다 더 많은 피를 봤다. 일단 지혈부터 하자 싶어서 샤워기로 상처부위를 씻어내고, 알코올솜으로 소독 후 수건으로 상처부위를 꾹 눌렀다.
한참을 누르고 수건을 떼어보니 다행히 출혈은 멈춰서 소독 후 후시딘을 바르고 거즈를 대고 종이테이프를 붙여뒀다. 발바닥이 다친 관계로 새벽 러닝도 생략하고 있다.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되었지만 매일 소독하고 상처를 살펴보는데 3일이 지나고 보니 아프지도 않고 잘 아물었다. 발바닥이 두꺼운 어른인 나도 이렇게 크게 상처가 나고 놀랐는데 어린아이가 밟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찾아보니 자동차 타이어 펑크 사고가 날 정도로 피자 고정핀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지만 생각보다 매우 위험한 물건이었다. 3년 만에 피자 먹고, 이런 유혈사태를 맞을 줄이야… 활용할 생각이면 잘 보관하든가, 굴러다니는 걸 보면서도 치우지 않다가 기어이 다친 게 어처구니없지만, 그나마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있다. 조그만 플라스틱 조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다가 다치는 분들이 없었으면 해서 어리석고 부끄러운 사건이었지만 굳이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