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3팀의 연락을 기다리며…
외국인들이 한국을 칭찬하는 일명 “국뽕” 유튜브 채널에서 마르고 닳도록 감탄하는 것이 한국인들의 도덕성과 치안이다. 카페 테이블에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두고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도서관에 자리를 맡기 위해 소지품을 놓고 외출하는 장면들이 나오고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안전하고 좀도둑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외적인 부분이 존재하니 바로 자전거 절도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는 “엄복동의 나라”라는 자조 섞인 불평을 흔히 본다.
시민들의 생활반경에 CCTV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이상하게도 남의 자전거를 거리낌 없이 가져가는 것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에 자전거를 애용하는데 오래전 신문구독할 때 사은품으로 받은 자전거를 조금씩 손보면서 요긴하게 사용했다. 좋은 자전거에 대한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잃어버릴까 전전긍긍하지 않는 고물(?) 자전거가 부담이 없어 건물 입구에 세워두고 편하게 타고 다녔다.
자전거 타기 좋은 동네로 이사온 후 4년을 별 탈 없이 잘 타고 다녔는데 대선일에 그만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침에 투표하고 운동까지 마친 후 들어올 때까지는 제 자리에 있었는데 저녁에 출출해서 편의점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현관 입구에 있어야 할 자전거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아니겠지, 누가 잠깐 타고 나갔다가 제자리에 가져다 두겠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음 날 아침에 나가보았지만 텅 비어있었다.
잃어버려도 아깝지 않을 만큼 탈만큼 탔고, 값비싼 자전거는 아니었지만 막상 없어지니 허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제일 속상한 것은 추억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마흔이 넘은 자식이 자전거를 배운다고 하니 칠순이 넘은 아버지가 따라 나오셔서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추억과 의미가 있는 물건이라 삐그덕 대고 탈 때도 힘들지만 꿋꿋이 탔던 자전거인데 단단히 챙기지 못한 것이 이제야 후회가 되었다.
그만 잊어버려야지 하다가 혹시나 자전거를 찾을 방법이 있을까 지역 커뮤니티에서 관련내용을 검색해 보니 중고등학생들이 그냥 일회용으로 타고 갔다가 아무 데나 버려놓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보았다. 그래서 CCTV 경로만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연을 보니 자전거를 꼭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물자가 흔한 세상이라 그런 것인지 남의 물건을 손쉽게 이용하고 내동댕이치는 것에 가책이 없다는 것이 어이도 없고 화도 났다.
관내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는데 이름도 무서운 강력 3팀으로 가보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생전 처음으로 경찰서를 가서 가슴 두근거리는데 강력 3팀이라니, 자전거 절도가 강력계에 배정될 일인가 의아했지만 이왕 경찰서까지 왔으니 신고는 마무리지어야겠다 싶어 안내받은 대로 강력 3팀을 찾았다. 담당형사가 자전거 절도가 관내에서 꽤 자주 일어난다면서 친절하게 접수해주었다. 조서를 작성하는 말미에 “법적 처벌을 원한다.”라고 써야 한다길래 법적 처벌보다 그저 자전거를 찾고 싶을 뿐이었지만 칼을 빼들었으니 마무리는 지었다.
자전거를 잃어버리고 나니 길거리에 세워둔 자전거만 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보고 또 살펴본다. 어느새 2주 정도 지났고 아직 무소식인 걸 보니 역시 찾는 건 힘들고 포기를 해야 하나 싶다. 자전거가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잃어버렸다는 자책이 커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