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청춘에 고통받지 않기를...
언젠가부터 ‘전성기 全盛期’라는 단어 대신 ‘리즈 Leeds 시절’이란 단어가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리즈 시절의 유래가 궁금해서 찾아봤던 적이 있는데 프리미어 리그의 리즈 FC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2005년 즈음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기 팀 동료였던 앨런 스미스가 전 소속팀 리즈에서 활약에 크게 못 미치는 기량에 실망한 축구팬들이 “앨런 스미스의 리즈시절”이라고 평가했던 다소 허세적인 표현이 축구 커뮤니티를 넘어 문화, 사회 전반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대중들이 즐겨 쓰는 단어가 되었다.
지난주 한동안 특유의 몽환적이고 아련한 음악이 귀에서 떠나지 않는 팝음악이 있었다. 최근에 많이 들어본 듯한데 어디서 들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 답답함에 미칠 지경이었던 곡의 정체는 2016년 Mild high club이라는 사이키델릭 한 록밴드가 발표한 “Homage”였다. “OOO의 리즈시절”이라는 유튜브 쇼츠 BGM으로 주로 나왔는데 잠깐씩 들었던 관계로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특유의 아련하고 복고적인 멜로디에 전자음악으로 완성되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곡은 누군가의 리즈시절을 소환하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사운드를 찾기도 힘들겠다 싶을 만큼 영상과 착붙으로 널리 널리 퍼지고 있다. 주말 내내 이 곡을 들으면서 누군가가 아닌 나의 리즈시절을 떠올려보면서 추억과 회한에 잠기기도 하고, 감상에 젖기도 했다.
21일 아침,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여고생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구체적인 정황과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고, 학업 스트레스와 관련된 내용의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전해졌다. 리즈 시절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이 배가된다. 심지어 3명이 함께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들에게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많은 고난과 갈등을 겪다가도 언제나 혼자가 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덤덤하게 노래한 Gilbert O’Sullivan의 Alone agine이라는 노래가 있다. 희로애락이 끝없이 이어지는 인생이지만, 그래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기 전에 어린 나이에 서둘러 삶을 마감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통의 한가운데 서있을 때는 진심을 다한 위로나 응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하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함께였다니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오지 않는 청춘을 한없이 그리워하고 부러워하는데, 청춘 한가운데서 삶을 마쳐야만 했던 절박한 심정의 한 자락을 붙잡아주지 못한 것이 먹먹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