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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집, 특수청소의 호황

쓰레기집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유

by Rosary

언제나 경기가 안 좋다고 하소연하는 자영업자들을 보면 과연 경기가 좋았던 시절이 있기나 했었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연휴 때마다 해외여행 가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인천공항 모습을 보면 경기가 나쁜 게 맞나 의심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조용히 호황을 맞이한 업종이 있다.


바로 청소대행업이다. 어수선한 집안정리를 대신해 주는 정리업체도 인기지만 집안이 쓰레기와 잡동사니로 가득 차서 ‘거주와 생활’이라는 집의 본연의 기능을 잃은 일명 “쓰레기집”을 청소해 주는 특수청소업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 <궁금한 이야기 Y> 같은 프로그램에서 노인들의 저장 강박에 의해 난장판이 되어버린 쓰레기집을 소개한 적 있지만 최근 쓰레기집을 치워달라고 의뢰하는 주요 고객들은 2030들이 대다수라고 청소업체들이 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청소업체 “우아한 정리”에 따르면 쓰레기집 연령별 비율은 20대가 가장 많다고 한다. 1인 가구, 반려동물, 배달문화의 대중화로 원룸에서 거주하는 20대가 집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서 쓰레기집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성향이 두드러지고, 사생활을 중시하는 20대들은 자신의 치부인 ‘집’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일단 집이 난장판이 되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쓰레기 더미가 쌓인다고 한다.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배설물을 제대로 치우지 않아서 세균과 해충이 넘쳐나고 집안 벽지와 장판까지 오염되어 자신뿐 아니라 키우는 동물을 학대하는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매 끼니를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면서 남은 음식과 포장용기들을 치우지 않아서 집안을 오염시키는 배달음식족들이 대부분 2030이라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고객을 만나는 청소업체들에 의하면 특수청소를 의뢰하는 사람들 중에는 의사, 변호사, 기자, PD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다수일 정도로 쓰레기집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직장생활과 인간관계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고단함을 가장 쾌적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같은 집을 쓰레기집으로 만들어버리면 대체 어디에서 쉴 수 있단 말인가. 비위생적이고 어지러운 집은 신체적 건강에도 해롭지만 정신건강에도 상당히 치명적일 수도 있다.


1톤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은 50만 원 내외이므로 집 상태에 따라 수백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큰돈을 들여서 집을 치우고도 몇 달 지나지 않아 다시 원상태가 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특수청소가 필요한 쓰레기집을 만들게 되는 건 그가 겪는 정신적 문제가 원인일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다시 쓰레기집으로 돌아오는 건 시간문제다. 젊은이들의 사회적 고립과 정신건강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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