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을 따라다닐 것인가, 나를 찾아 나설 것인가
강연의 홍수시대이다. 90년대부터 인기 있었던 ‘자기 계발’이 다양한 플랫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강연’이 가장 인기 있는 돈벌이가 되고 있다. 옛날에는 소수의 인기강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강연은 이제 콘텐츠만 확실하다면 누구라도 단상에 오를 수 있다. 명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필요도 없고, 교수, 법조인, 의사일 필요도 없다. 무엇이든 한 가지 주제를 파고들어 블로거, 유튜버가 되어서 호평을 받고 조회수가 높아지면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고, 적당한 입담과 쇼맨십을 가지고 있다면 강연의 문은 활짝 열린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검증을 거치지 않아도, 교양과 인성을 확인하지 않아도, 때로는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족한 논리일지라도 그를 지지하는 일정한 팬덤만 만들어진다면 바람을 타고 돛단배가 나아가듯이 거침없이 질주한다. 그에 매료된 사람들은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를 “금과옥조 金科玉條”처럼 새기면서 자신의 생활방식 자체를 개조하기도 한다. 그를 찾는 곳이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대중의 공감과 지지가 '돈'으로 이어지는 사업이 시작되고 이때부터 “그를 믿고 따르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의심의 싹이 돋아난다.
인기를 얻은 후에도 공부와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더 발전하면서 훌륭한 강연을 이어가면서 롱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정성과 열정을 망각하고 달콤한 '돈의 맛'에 취해버려 본분을 잊고 셀럽이 되려다가 추락하는 사람도 있다. 팬이 돌아서면 극한의 안티가 되고 무서운 이유는 그에 대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어 가장 아프고 치명적인 공격을 퍼붓는 것이 돌아선 팬덤이기 때문이다.
팬이 가장 강력한 안티로 돌아서게 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대부분 ‘배신감’이라는 감정이 드는 순간일 것이다. 강연이나 SNS에서 바르고 옳은 말씀만 하시더니 비루하고 그릇된 실체를 마주하면 실망을 넘어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 따랐다는 자괴감이 그 대상을 향한 혐오와 비난으로 나타나는 게 아닐까. 사랑과 기대가 컸던 것만큼 실망과 미움이 커지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이런 일들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게 사실이다.
주관이 뚜렷하고 심지가 단단하다면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거나 휩쓸리지 않기 마련이다. 현실은 팍팍하고, 미래는 불안한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가 되어줄 만한 그럴듯한 이야기는 SNS를 타고 쉽고 빠르게 열띤 호응을 이끌어낸다. 논리가 빈약한데 반짝 인기를 끌어모은 사람은 스타가 되었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처참하게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세상만큼 사람들도 변하고 있다. 바쁜 세상이라 강연도 인스턴트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남의 이야기에 팔랑팔랑 귀를 기울이기보다 스스로 기준이 되는 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게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