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요금 얼마나 내시나요?

월급의 절반을 물 사용료로 쓰는 카라치 사람들

by Rosary

오래전부터 즐겨 보는 프로그램 중에 KBS 1 TV의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이 있다. 1주일 동안 세계에서 벌어졌던 주요 사건과 이슈를 짧은 시간에 훑어보기 좋아서 유튜브가 일상이 된 요즘도 놓치지 않고 본다. 27일 방송된 내용 중에 파키스탄 최대도시 카라치의 ‘물 전쟁’ 편은 답답하고 안타까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인구 1백만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금융 중심지이며 옛 수도 카라치는 인구 2,350만 명으로 파키스탄 인구의 10%가 이곳에 모여사는 인구과밀지역이다. 게다가 파키스탄 남부에 위치한 카라치는 무덥고 건조한 사막기후이기 때문에 강수량이 부족하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 카라치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물부족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카라치시는 물 배급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단수를 실시하고 일주일 중 단 2시간만 물을 사용할 수 있다. 궁여지책으로 사설 물탱크에서 물을 공급받는 방법으로 물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불법인 데다가 가격도 2배 이상 비싸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탱크에서 제공하는 물은 음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목욕과 빨래를 하는 용도로만 쓰고, 마시는 물은 따로 사야 한다. 파키스탄의 평균 월급은 4만 파키스탄 루피(한화 약 20만 원) 내외인데 이 중 40% 정도가 물사용료로 나가는데 저소득층일수록 비용부담이 훨씬 클 수밖에 없다.

1227.jpg KBS 1 TV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12월27일 방송

그에 비해 우리는 말 그대로 물 쓰듯 물을 쓴다. 씻고 마시는 물에 큰 제약이 없다. 당연하게도 물사용료가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1톤당 약 796원(2023년 기준)인데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저렴한지 알 수 있다. OECD 국가 중 수도요금이 가장 비싼 나라와 비교하면 노르웨이(한국의 약 6배), 영국(한국의 약 5배)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한국의 약 4배), 일본(한국의 약 2배)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비싸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99% 이상으로 물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한국의 1일 물 사용량은 300리터를 돌파했다. 독일(127리터), 덴마크(131리터)에 비하면 약 2배 이상 많이 쓰는데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물 사용량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이다. 4인 가구가 679리터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1인 가구는 264리터를 사용한다.(출처. 서울 물연구원) 이렇게 물을 펑펑 써도 일반적으로 1인당 한 달 수도요금은 1만 원 내외이니 물 사용에 거리낌이 없고 선택받은 호사인 줄도 모른다.


해외여행을 하거나 장기간 해외체류한 경험이 있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수도, 전기, 병원 등을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품질로 이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깨달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돈만 있으면 우리나라가 좋지.”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가난하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나라는 많지 않다.


지금은 물을 펑펑 쓰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머지않은 미래에는 물사정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물 한잔과 물 한 바가지가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부주의로 허투루 흘려버리는 물이 없도록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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