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의 추억
내 첫 해외여행지는 태국도, 일본도 아닌 이스라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첫 번째 해외여행 장소로는 다소 난이도가 있는 곳이었는데 키부츠에서 지내면서 여행을 할 요량으로 택한 행선지였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서 이스라엘에 대한 큰 기대가 없었지만 여행지로 이스라엘은 상당히 매력 있는 나라였다.
텔아비브 키부츠센터에 방문해서 규모가 너무 크지 않고 한국인 봉사자가 너무 많지 않은 곳을 찍어달라고 했더니 직원이 전국 키부츠 파일을 열심히 뒤지더니 “널 위해 준비했어”하며 파일을 내밀었다. 나하리야 부근에 있는 에브론 키부츠였다. 에브론에 가서 보니 직원의 장담이 빈말이 아닌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키부츠에서 8주 동안 지낸 후 나사렛과 예루살렘 여행을 갔다. 고민은 베들레헴이었다. 팔레스타인 지역이라 위험할 수 있다는 만류도 있고, 당시 헤브론에서 테러도 있어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예루살렘 숙소에서 월드비전 카이로 지부에서 일하는 미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베들레헴을 갈지 말지 고민이라고 했더니 여기까지 왔는데 무조건 다녀오라고 권했다.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은 거리상 멀지 않았고, 조그마한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거라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다.
베들레헴에 도착하니 거리가 너무 괴괴했다. 예수탄생교회를 혼자 찾아가는데 길에 행인이 보이지 않고 썰렁하기가 폐쇄된 영화세트장 같은 느낌이었다. 마구간이 있던 자리에 교회를 세운 예수탄생교회에 들어서자 성지순례 온 신자들이 가득했다. 말구유가 있던 자리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신자들의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신자가 아님에도 마음이 경건해지는 느낌이었다.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은 지금도 그 냄새가 기억날 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예수 탄생과 성경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야기라 그런지 믿든 믿지 않든 장소마다 특별한 이야기의 힘이 여행객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 어떤 여행을 가게 되든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충실히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 바로 첫 번째 여행지 이스라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