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재발견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에서 만난 앙리 에드몽 크로스

by Rosary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가 느닷없이 튀어나온 걸 확인하고 꼭 보러 가야지 벼르다가 그나마 따뜻한 날씨예보가 있던 어느 날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국내에서 오르세 미술관 전시회를 보러 갔던 게 벌써 10여 년 전이라 아주 오랜만에 미술 전시를 보러 간 셈이다. 1만 원 내외였던 관람료도 2만 원이 훌쩍 넘어있었다. 해외 미술관에서 소장한 명화들을 볼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도 아니고, 껑충 오른 영화관 관람료나 외식비에 비하면 지불할만한 금액이다.

1105.jpg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특별전 중에서

히에로니무스 보스, 엘 그레코 등 르네상스 시대의 성스러운 종교화나 드가, 모네 등 인상주의 대표화가들의 작품에는 크게 감흥이 없었는데 작은 그림 하나가 눈을 사로잡았다. 벽이 아닌 기둥에 조그맣게 걸려있어서 자칫 놓칠 수도 있을 법한 그림의 주인공은 프랑스 화가 앙리 에드몽 크로스(1856~1910)가 그린 ‘여인이 있는 바다풍경_1901’이다.

1901.jpg 여인이 있는 바다풍경_1901

화려하고 장엄한 수많은 걸작 가운데 가장 소박하고 초라한 19세기 작은 그림이 눈에 들어오는 거 보면 19세기 소설, 그림, 음악 덕후가 확실하다. 앙리 에드몽 크로스는 동료 인상주의 작가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명세는 덜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게 느껴지는 그림들을 보면 그는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거장임이 분명하다.


점묘법의 창시자로 유명한 조르주 쇠라(1859~1891)와 친구로 알려진 크로스 역시 아름다운 점묘화를 많이 남겼다. 그러나, 20대에 발병한 류머티즘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게 손가락과 손목이 뒤틀리는 류머티즘은 치명적인 고통의 병이었다. 특히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점을 찍어야 하는 점묘화는 고통을 가중시켰다.

A_Sunday_on_La_Grande_Jatte,_Georges_Seurat,_1884.jpg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_조르주 쇠라.1884

크로스도 초기에는 쇠라처럼 정밀한 점묘화를 그렸지만 그의 아픈 몸은 세밀한 그림을 그려낼 수 없었고 다소 거칠고 선 굵은 작품을 선보이게 되었다. 캔버스의 표면에 물감의 질감을 강렬하게 담아내는 붓칠로 눈부신 햇살을 아름답게 그린 풍경화를 남겼다. 그의 대표작 ‘저녁 바람_1893’은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앙리 마티스(1869~1954)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henri.jpg 저녁 바람_1893

류머티즘과 암으로 고통받는 순간에도 아름다운 이상향을 그리던 크로스는 1910년 54세에 세상을 떠났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전해지는 따사로운 그림을 그렸던 앙리 에드몽 크로스를 알게 되어 기뻤다.


*메인 이미지. 카뉴그레 풍경_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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