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할만한 것이 되려면…

<이혼숙려캠프>와 <인생 녹음 중>

by Rosary


그렇지 않아도 살기 팍팍해서 결혼을 꺼리는 2030에게 ‘결혼은 미친 짓’ 임을 확정판결하는 프로그램이 MBC <오은영 리포트_결혼지옥>과 JTBC <이혼숙려캠프>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저 남자는 왜 저런 여자를 만나서 저렇게 시달리면서 살까’, 혹은 ‘저 여자는 왜 저런 남자를 만나서 저렇게 속 썩이면서 살까’...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한심하기도 하고, 이해도 하기 힘든 문제를 안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내 아내는 저 정도는 아니지.’, ‘내 남편은 착한 사람이었네.’ 등 맵디 매운 남의 집 부부싸움을 구경하면서 위안을 얻는 사람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배우자 한 명만 이상한 경우는 거의 없다. 출연자들은 서로를 무시하고 깎아내리기 바쁘지만 제삼자인 시청자가 보기엔 두 사람에게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당연하게도 유유상종(類類相從)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비행을 문제 삼아 핏대를 세워봐야 누워서 침 뱉기일 뿐이다. 본인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그토록 몰지각한 사람과 감히 가정을 이루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이혼숙려캠프>와 대척점에 선 유튜브 채널이 있다. 티키타카 부부의 <인생 녹음 중>은 ’ 결혼독려채널’의 역할을 한다. 우연히 접한 쇼츠로 가끔 보는 이 채널은 말 그대로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부부의 대화를 녹음한 내용을 익살스러운 만화와 함께 소개하는 짧은 영상이다. 식사하면서, 차를 타고 가면서, 쉬면서 부부 두 사람의 대화를 녹음한 내용이 전부지만 이 채널을 보면 저렇게 쿵작이 맞는 결혼이라면 해볼 만하겠다, 아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남편이 별 거 아닌 이야기를 해도 아내는 찰지게 반응하고, 그럼 남편은 더욱 신나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짧은 대화에 불과하지만 서로 존중하고 장점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 느껴져서 흐뭇하고 재미있게 듣게 된다. 그들은 애정을 지나치게 과시하면서 오글거리게 하지 않아서 부부라기보다는 죽이 척척 맞는 친구 같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 유쾌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늘 없이 쾌활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최악의 이성만 만나는 것을 한탄하는 사람이 있는데 한 번은 그럴 수 있어도 계속해서 그런 사람만 만난다는 것은 본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먼저다. 아내의 사치와 허영을 감당하지 못해서 결혼 1년 만에 이혼한 직장동료가 있었다. 그는 여자를 보는 1순위는 무조건 외모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로 유난히 상대방의 외모에 집착하는 편이었다. 이혼의 아픔을 잊어갈 때쯤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새로 사귄 여자친구의 환심을 얻기 위해 비싼 가방과 주얼리 선물 공세를 하는 걸 보고 결말이 뻔하겠구나 싶었다.


내실 있고 수수한 사람에게는 도무지 끌리지 않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겉모습 꾸미는 것에 치중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도 허세 가득한 사람일 뿐이다. 인물 좋고, 똑똑하고, 알뜰살뜰하고, 착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자기 자신도 그런 사람이 아니면서 상대는 모든 걸 갖춘 사람이길 바란다면 모자라거나 양심이 없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메인 이미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취향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