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늘 같은 아라우카리아의 매력
몇 년 사이 동네에 꽃집이 꽤 들어섰다. 단골로 다니는 꽃집 외에도 집 가까운 곳에 문을 연 꽃집은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곳이었다. 진열된 화분이 몇 개 없는 것을 보아 화분보다 꽃이 주력인가 짐작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 연말부터 그 꽃집에 조르르 세워놓은 화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만 있었으면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같은 종류의 나무가 나란히 세워져 있음에도 쓸쓸해 보이는 게 왜인지 마음이 갔다.
하지만 단골 꽃집과의 의리(?)로 보나, 요즘 집안의 화분이 포화상태인 것도 고려해야 해서 당분간 화분 쇼핑은 자제해야겠다고 결심해서 몇 주 동안 꽃집 앞을 애써 지나쳐오다가 한 달 전쯤 결국 홀린 듯 입장하여 그 쓸쓸한 화분 하나를 데려오고 말았다. 바늘 같은 반짝이는 푸른 잎이 신경질적으로 돋아난 나무의 정체는 아라우카리아였다. 꽃집 사장님은 미니 크리스마스트리로 꽤 인기 있었던 나무라는데 기왕 살 거였으면 크리스마스 전에 살 걸 왜 그리 망설였나 싶었다.
집에 온 지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나무는 자라는지 멈춘 건지 알 수 없이 한결같은 모습이다. 그래서 더더욱 한참을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라우카리아는 쥐라기(약 2억 1,500만 년 전~1억 4,500만 년 전)와 백악기(약 1억 4,500만 년 전~6,600만 년 전)에 널리 번성했던 나무로 꽤 역사가 깊은 편이다. 아라우카리아는 지중해와 남반구의 따뜻한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는데 ‘노퍽섬의 소나무 Norfolk Island Pine’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뉴질랜드 북부의 작은 섬이 노퍽섬이 원산지라고 한다. 『나무 이야기』 참고
한 달이 지나도 나무가 자라는지, 멈춘 건지 알쏭달쏭해서 꽃집에 다시 가서 물어보니 집에서 키우는 경우, 더디게 자란다고 해서 걱정은 덜었다. 흰색과 보라색이 예쁘게 어울린 덴파레가 예뻐서 가지 하나를 사 왔는데 열흘이 넘게 꽃구경을 시켜준다. 동네 산책을 할 때마다 디저트 맛집이 워낙 많아서 유혹이 올 때마다 디저트 대신 꽃을 사면서 스스로 대견해할 때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절화보다는 화분을 사서 오래 즐기는 편이다.
먹고 입는 것을 살 때보다 쇼핑의 즐거움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단연 책과 화분이다.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삶의 큰 걸림돌이 책과 화분 쇼핑이지만 이것만은 여전히 포기하기 어렵다. 늘 같은 모습으로 보여도 자세히 보니 위로 자라기보다 옆으로 옆으로 가지가 자라나는 모습도 독특하고, 예민해 보이는 뾰족한 잎들도 볼수록 예쁘다. 지루하던 추위도 물러가고 한 걸음 다가온 봄을 맞아 물꽂이했던 식물들도 흙을 담은 화분에 뿌리를 내려주고, 비좁은 화분에서 답답해하는 식물들 분갈이도 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