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보람찬 한 해 보내어라 한마디면 충분
설과 추석이 되면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반갑기만 했으면 좋겠는데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싸해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분명 말하는 사람은 덕담인데 듣는 사람은 잔소리로 듣는 것들은 이런 것이다. 성적은 좀 올랐니? 취업은 잘 돼 가니? 만나는 사람은 있니? 나이가 있는데 이제 결혼해야지. 아기는 언제쯤 가질 거니? 등등
이런 선 넘는 주제의 질문이 쏟아지면 반가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다음 명절엔 절대 집에 가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이 서게 한다. 어느새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서 말하는 사람의 나이가 되었지만 타인의 일에 크게 관심 없는 성향이라(너무 관심 없어서 문제인 편이지만) 여전히 관심은 불편하기만 하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남에게 불필요한 관심을 표하는 경우가 줄어들었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너무 쉽게 말 한마디 던지기도 한다.
명절 잔소리를 검색해 보니 ‘명절 잔소리 가격표’라는 연관 검색어가 나온다. 벌써 몇 년 전부터 ‘잔소리의 유료화’가 있었던가보다. 가족끼리 덕담 한마디 하는데 꼭 돈을 주면서 해야 하는 거냐고 각박한 세태를 한탄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고 본다.
진심으로 조카의 성적이 오르길 바란다면 장학금을 주거나, 하다못해 책 사라고 상품권이라도 주면서 묻는다면 어떨까. 취업이나 연애 걱정이 된다면 정장 사 입으라고 용돈이라도 주면서 격려한다면 넌덜머리 난다는 표정을 지을까? 무심한 말 한마디에는 어떤 관심과 진심도 담겨있지 않다는 걸 알기에 듣는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것이다. 관심을 꼭 돈으로 표현해야 하는 거냐고? 적어도 가벼운 말 한마디보다는 성의가 느껴지지 않을까?
나이 어린 친척 동생이나 조카의 안부를 묻기 전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고 걱정이 되는지 스스로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과정이 있었으면 한다. 진심으로 걱정되지만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면 그저 들려오는 풍문(?)으로 그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적어도 만나기 싫은 어른이 되지 않는 방법이다.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다가 명절에 오랜만에 만나서 할 말을 찾지 못한다고 어른이랍시고 쓸데없는 의례적인 말 한마디로 썰렁해지지 말고 그냥 반가운 인사만 나누면 좋겠다. 건강하고 보람찬 한 해 보내어라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