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것보다 살찌지 않는 것이 더 쉬운 것이었는데...
나이 들어서 서글픈 건 신진대사가 떨어져서 체중유지를 위해서 젊은 시절보다 훨씬 조금만 먹고, 훨씬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열여섯 살 때부터 서른두 살까지 특별한 노력 없이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면서도 같은 체중을 유지했다. 그래서 나는 살이 찌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는 체질인가 보다는 섣부른 결론에 도달했지만 30대 후반부터 그런 믿음은 깨끗이 빗나갔다.
식탐에 비해 위가 작은 편이라 많이 먹는 편이 아니었고, 야식이나 폭식을 하지 않아도 중년에 접어들면서 살이 쪘고, 어어 하다 보니 10kg이 늘어나서 예전에 입던 옷들을 못 입을 지경이 되었다. 체중계 앞자리가 한번 바뀐 것도 충격이었는데 이런 추세로 가다가는 두 번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구나 싶었다.
한번 불어난 체중은 운동을 열심히 해도 고작 2~3kg 줄이는 게 최대치였고 운동이 모자라면 어느새 체중계 수치는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중년이 되기 전에 표준체중을 만들었어야 하는데 방심하는 사이 과체중으로 자리를 잡아버린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10월 들어 동네 등산 횟수를 늘려 거의 매일 1시간 정도 등산을 하니 두 달 동안 2kg이 빠지는 성과가 있었으나 한파가 들이닥친 12월 중순부터 게으름을 피우니 일주일 만에 체중은 원상 복구되고 말았다. 두 달 동안 빠진 살이 일주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가다니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최근 2년 동안 아점으로 샐러드와 빵 한 조각 정도, 저녁은 일반식으로 먹고 있으니 여기서 더 줄일 생각은 없다. 가공식품은 제한하고 있고, 배달음식과 밀키트도 먹지 않는다. 더 이상 식단 제한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분명 과체중이긴 해도 비만까지는 아니라고 애써 설득하고 있기도 하지만 극단적으로 제한한 식단으로 평생 지킬 자신이 없는데 괜히 요요만 가져오면 더 곤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날이 좀 풀리면 등산과 자전거 타기 정도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긴 하지만 식단 조절을 할 생각은 없다. 사람이 머리와 몸을 쓰는데 최소한의 동력은 제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이 들어 체중이 늘면 여러 가지 질병이 찾아오는 법이라서 더 이상 체중이 늘어나지 않도록 신경은 쓰고 있지만 어느 시점이 되니 현상 유지가 최선이 되었다.
살을 빼는 것보다 살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쉬운 방법이었는데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이제는 표준체중으로 돌아가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몸이 조금만 가벼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