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ary Jan 11. 2023

생각의 나무

 출판사들과의 이별에 부쳐...

오랜만에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책 주문을 하려고 시간을 보내다가 사고 싶은 책이 있어서 찾아봤더니 절판... 출판사에라도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고싶어 출판사 이름으로 검색했더니 조금 다른 이름의 출판사만 나오는 것이다. 이게 뭔 일인가 검색 결과를 자세히 봤더니 세상에…


부도난 지 벌써 10여 년이 지난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출판사가 문을 닫았을 때, 나는 싱가포르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라딘 이용을 거의 못하고 있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새책을 구입하는 게 부담이 되어 대부분의 책을 중고서점에서 구입하거나 도서관을 이용했기 때문에 전혀 몰랐던 것이다.


‘생각의 나무’는 내 관심 영역의 책이 다양하게 출판되어 여러 권 구입하기도 했고, 만족도가 높아서 중고서점에서 발견하면 몇 권 구입했을 정도로 익숙한 출판사였는데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출판사라니… ‘생각의 나무’는 신생 출판사 시절 출판업계 사재기 이슈 때 관행으로 여기고 가담해서 부침을 겪은 적도 있지만 이후에 예술 분야의 양질의 책을 꾸준히 출판해서 중견 출판사로 자리 잡았었다.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서 ‘생각의 나무’의 책들을 큰 할인폭으로 저가에 판매할 때 책의 품질에 비해 너무 저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개이득이라고 덥석 구입했던 일의 이면에는 출판사의 수명이 다해서였다는 서글픈 현실이 숨어있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2011년에 부도처리된 또 다른 출판사 ‘이레’는 알랭 드 보통의 재기 발랄한 책들이 많이 출판된 곳으로 『행복의 건축』, 『불안』을 구입했었다.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이 그저 평범하게 느껴져서 처분하려다가 재고가 많아 매입불가도서로 분류되어 여전히 가지고 있는데 이제 세상에 없는 출판사의 책이라고 생각하니 책장에 모셔둔 게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10여 년 전의 일을 새삼스레 돌이켜 당시 출판업계의 고충과 애환의 기사들을 찾아보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는 일이지만 아직도 e-Book보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충격이 적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부터 출판사도 계열사를 거느린 출판그룹으로 대형화되어 뭐 하나 인기를 끌면 비슷한 콘셉트의 책들이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있노라면 출판업계만큼 유행에 민감한 곳도 없는 것 같다.


나의 요즘 관심사는 19세기에 머물러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그 당시 책들을 찾아 읽는 중인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비해 느긋하고 담담한 취향을 고수해도 되는 건가 싶다.

작가의 이전글 재난, 모든 것이 사라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