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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뉴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by Rosary

인천 한 빌라에서 사망한 어머니 시신을 백골 상태가 되도록 2년 넘게 집 안에 방치한 혐의로 47세 여성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2020년 8월 사망한 어머니 시신을 무려 2년 넘게 집안에 둔 이유는 어머니 명의로 나오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계속 받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12일 미국 CNBC는 모건 스탠리 자료에 의하면 한국이 지난해 세계에서 1인당 명품 소비를 가장 많이 한 나라라고 보도했다.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를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 9000억 원)로 추산했다. 1인당 지출액으로 환산하면 325달러(약 40만 4000원)다. 중국의 55달러(약 6만 8000원)의 5.9배이고, 미국의 280달러(약 34만 8000원)보다도 45달러(약 5만 6000원) 더 많다는 것이다.


빈부 격차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뉴스를 한 화면에서 보다 보니 한동안 멍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살기가 어려워도 돌아가신 어머니 시신을 집에 두고 생활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렇지만 얼마나 사정이 어려우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동정이 가기도 했다. 그런데 사체유기, 국민연금법, 기초연금법 위반에 더해 노인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생전에 당뇨와 지병이 있던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지도 않았다고 하니 염치없는 사람이구나 싶다.


내가 겪은 가난이 그 정도로 절박하지는 않았지만 구멍 난 통장을 이리저리 메웠던 경험만으로도 그냥 땅속으로 꺼지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살아나갈 방도가 꽉 막혀버린 상황에 처하면 저런 비참한 꼼수를 생각해 낼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지병에 시달리고, 거동까지 불편한 어머니가 병원 진료도 받지 못했다고 하니 어머니의 말년이 더 처참하게 무너졌구나 싶다.


간혹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성공담에서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가 큰돈을 벌어 부모님에게 외제차를 사드렸다, 명품백을 사드렸다, 집을 사드렸다 등등이다. 물론 노력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에게 효도한 것이 뿌듯하고 자랑할 만하긴 하지만 부모님 식사 한번 대접하거나 용돈 드리는 것도 큰맘 먹어야 하는 평범한 시청자 입장에서는 속상하게 들릴 수도 있음을 헤아려주길 바라는 건 과한 기대겠지… 그래도 부모님 호강시켜드리고 싶은 마음은 자식이라면 누구라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런 마음이 드는 데에는 노년의 부모님에게 큰 힘이 되어드리지 못한 나 자신이 너무 무력하고 미약한 존재라는 생각을 거듭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회 불평등이 한눈에 들어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걸까 씁쓸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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